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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염희진]봉제업체 사장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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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염희진]봉제업체 사장은 억울하다

염희진 산업2부 기자 입력 2019-01-18 03:00수정 2019-01-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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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산업2부 기자
올해 초 한 토론회에서 화제가 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저임금 발언은 동아일보 보도에서 비롯됐다. 취재팀은 지난해 12월 25일자 ‘30년 함께한 숙련기술자 내보내…정부 눈귀 있는지 묻고 싶어’라는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한 봉제업체가 줄줄이 폐업 위기에 처한 현실을 조명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어느 신문에서) 기사를 읽었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30년 함께 일해 온 직원을 눈물을 머금고 해고했다더라. 그런데 내가 눈물이 났다. 어떻게 30년을 한 직장에서 데리고 일을 시켰는데, 30년 동안 최저임금밖에 못 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한마디로 인해 30년간 최저임금 정도만 주고 일을 시킨 서울 중랑구 모 봉제업체 대표는 ‘나쁜 사장’이 됐다.

유 이사장의 말처럼 30년을 데리고 일을 시켰는데 그들이 나쁜 사장들이어서 그 긴 시간 동안 최저임금 정도만 줬을까. 기자는 봉제공장이 밀집한 중랑구 일대를 비롯해 동대문시장에 인접한 종로구 창신동과 아차산 등에서 봉제업에 몸담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A 사장은 30∼40년 넘게 미싱을 돌리며 돈을 모아 사장이 됐고, B 사장은 A 사장 아래서 일을 배우다 A 사장이 일감을 나눠주면서 하청공장을 차렸다. 다들 공장의 대표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빚에 쪼들리고 때로는 직원보다 못 벌었다. 이들에 따르면 경기가 워낙 안 좋은 데다 인건비가 싼 외국 제품과 경쟁하다 보니 납품단가가 자꾸 낮아지면서 ‘가난한 사장’이 됐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불법 ‘라벨갈이’도 이들을 옥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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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업자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버텼지만 정부는 국내산을 만드는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보호는 못해줄지언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신들을 범법 지대로 내모는 정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C 사장은 “울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뺨을 때렸다”고 표현했다.

봉제업을 비롯한 영세 업종 종사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줄기차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여러 차례 업종별 차등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을 거라는 노동계의 주장에 밀려 제대로 된 실태 조사조차 못하고 있다.

업종을 무시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업종의 경영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 환경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사이에서 보호막 없이 버티는 봉제업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슬프다. ‘반드시 가야 하는 그 길’을 가면서 공동체 구성원이 다치지 않고 순조롭게 가는 길을 찾는 게 정부의 책무 아닐까. 유 이사장의 표현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대로 가지 않기 위한 해법이 모색되길 바란다.
 
염희진 산업2부 기자 salthj@donga.com
#봉제업체#최저임금 인상#저임금 업종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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