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대법원… 소송 패소 80대, 비상계단서 극단적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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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염병 투척 이어 보안 구멍

악재 겹친 大法 서울 서초구 대법원 5층 비상계단에서 최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17일 오전 의경들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뉴스1
악재 겹친 大法 서울 서초구 대법원 5층 비상계단에서 최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17일 오전 의경들이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안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대법원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5분경 최모 씨(82)가 대법원 청사 서관 5층 비상계단 난간에 목을 매 숨진 채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다. 최 씨는 16일 오후 2시 30분 대법원 동관 1층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증을 발급받아 서관 3, 4층에 있는 법원도서관 열람실을 방문했다. 이후 늦은 밤까지 청사 내에 머물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대법원에선 최 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최 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 재심까지 4번 연달아 패소

최 씨는 자신을 치매라고 진단한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연달아 패소했다. 2006년 1월 A 씨가 운영하는 신경과의원을 방문한 최 씨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등의 검사를 거쳐 치매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약 7년간 A 씨가 처방한 치매약을 복용했다.

치매약을 복용하는 동안 불안증세와 불면증에 시달린 최 씨는 2013년 9월 “A 씨가 오진을 내렸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 씨는 “MMSE 결과가 치매에 해당하지 않았는데도 A 씨가 나를 치매 환자로 오진했다. 2009년 10월 재검사 때 호전됐는데 계속 치매약을 처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2015년 4월 1심은 “치매 진단은 단순히 MMSE 점수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최 씨의 화를 참지 못하는 증상, 불안감, 불면증, 폭력성 등 여러 증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6년 5월 2심, 2016년 11월 3심도 A 씨 손을 들어줬다.

최 씨는 2016년 12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2017년 10월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법조계에선 최 씨가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씨가 4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 적이 없고 사회적 약자를 변론하는 공익법무관들이 최 씨의 사건을 맡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 씨의 변호를 맡았던 B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률구조공단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 최 씨도 소송비용을 충당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무리한 행동은 깊이 반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지난해 11월 27일 출근 중이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타고 있던 관용차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모 씨(75)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17일 열었다.

남 씨는 법정에서 “사법부로부터 부당한 일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재판장에게 감히 말한다. 대법원에서 정당한 재판을 해줄 것을 굳게 믿고 상고했는데 상고심에서도 1, 2심에서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재판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는 합법적 수단으로는 소송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돼지 사료가 친환경 인증에 부적합하다는 처분을 받자 남 씨는 정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 2, 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김예지 기자
#소송 패소 80대#대법원 비상계단서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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