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조선소에서 공해물질 날아와 못살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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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향촌동 HK조선소 작업장. 모례마을, 남일대해수욕장과 가깝고 바다와 붙어 있다. 모례어촌계 제공
경남 사천시 향촌동 HK조선소 작업장. 모례마을, 남일대해수욕장과 가깝고 바다와 붙어 있다. 모례어촌계 제공
“하늘(공기)과 땅(토양)뿐 아닙니다. 쇳가루와 각종 공해물질이 남해안 청정바다는 물론이고 관광지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16일 낮 12시경 경남 사천시 남일대길 20-6(향촌동) 모례마을. 남일대해수욕장과 리조트, 생활체육시설과 붙어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이 “HK조선(한국조선)의 고질적인 공해 문제에 대해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변에는 ‘한려수도 남일대에 쇳가루가 웬 말이냐! HK조선소 물러가라’ ‘행정당국 각성하라! 불법 HK조선소를 처벌하라’는 현수막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마을 동서쪽 삼천포화력발전소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박순복 어촌계장(71)은 “비가 오면 조선소에서 발생한 쇳가루와 페인트 가루가 바다로 들어가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마을까지 오염물질이 날아온다. 사천시도 역학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천시는 2017년 6월 역학조사에서 마을 5곳에서 쇳가루와 연마재, 유리섬유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도 비슷했다. 박 계장은 “저를 포함해 마을 주민 다수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거나 몇 분은 돌아가셨다”고 주장했다. 주민 84명은 지난해 11월 1인당 1000만 원씩,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냈다.

경남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 인근 모례마을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이 마을은 남일대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 인근 모례마을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이 마을은 남일대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례마을과 300m 떨어진 HK조선소는 작업장 전체를 지붕으로 덮지는 않았다. 가설 펜스만 설치한 채 선박을 건조 중이다. 조선소로 진출입하는 차량들이 이용하는 도로도 좁아 70가구 120여 명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용철 수협 대의원(61)은 “조선소 반경 5km 이내에는 주민자치센터, 초중고교와 유치원 20여 개가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사천지구)과도 멀지 않다. 행정 당국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탄원서와 호소문을 통해 “HK조선소가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자연녹지에서 장기간 공장을 가동할 뿐 아니라 공유수면 무단 점사용, 무허가 건물 설치 등 많은 위법 사항이 있다. 허가를 취소하거나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업체에 해양경찰청,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서해어업관리단, 해양수산청 등 공공기관이 선박을 계속 발주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천시는 “관련 부서 대책회의를 열고 형사고발과 변상금 부과, 원상복구 조치 등을 했으며 일부 사안은 HK조선과 법적 다툼도 있다. 당장 공장을 폐쇄할 순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최근 한 달 사이 경남도청에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했다. 사천시도 그렇지만 경남도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남도는 “사천시가 아무런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나름대로 대책을 추진했다. 감사를 벌일 상황은 아니다. 공공기관들이 계속 선박 발주를 하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 HK조선과 관련해 고발 13건, 소송 4건, 심판 2건, 변상금 2건 등이 진행 중이다.

HK조선은 “공해방지를 위해 시설을 많이 보강했으며, 주민들의 공장폐쇄나 이전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협상이나 대안 제시가 아니라는 이유다. 공유수면 무단 점사용에 대해서는 서류를 보완해 연장 허가를 준비 중이다. 비산먼지, 소음 공해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흥갑 대표는 “수주를 받은 물량도 있어 다른 지역 이전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hk조선소#공해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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