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구해주세요” 사우디 여성, 또 SNS로 보호 호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7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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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하프 알-쿠눈이라는 18살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가족들로부터 탈출해 캐나다로 망명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른 사우디 여성 한 명이 또다시 자신을 아버지로부터 보호해달라고 소셜미디어에 호소하는 글을 게시했다.

자신을 노주드 알-만델이라고만 밝힌 이 여성은 트위터에 자신의 경우는 알-쿠눈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은 사우디를 탈출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채 트위터에 아랍어로 도움을 요청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알-만델이나 알-쿠눈의 주장은 모두 과거 소셜미디어에 탈출을 호소한 다른 사우디 여성들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

알-쿠눈이 캐나다로 망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다른 여성들에게 그녀를 따라 하도록 자극하게 됐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탈출 시도를 가로막는 요인들은 강력하다.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여성들은 가문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는 친척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가족들로부터 탈출하려는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이 여성의 삶을 이끌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여성은 아버지와 남편, 남자 형제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우디의 인권운동가 할라 알도사리는 이처럼 여성에 대해 남성이 후견하도록 한 시스템은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국왕에 대한 전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것과 흡사하다며 사우디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지배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사회 개혁을 도입한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조차 후견법을 완화하는 것은 사우디의 가정과 문화에 해를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견법을 폐지할 경우 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원치 않는 가정에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보수적인 가정들은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이 남성의 의무라고 여기고 있다. 사우디에서 모든 여성들은 여권을 발급받거나 여행을 하려 할 때, 결혼할 때에도 남성 친척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지난해 5월 이후 사우디에서는 사우디의 후견법에 반대하는 여성 운동가 10여명이 체포됐다.

캐나다로 망명하는데 성공한 알-쿠눈은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많은 사우디 여성들이 불운하게도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해 실종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해에만 최소 577명의 사우디 여성이 사우디 국내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알-만델은 현재 집을 탈출해 보호소에 수용돼 있다. 그녀는 그러나 자신을 구타하고 불로 지지기까지 한 아버지가 “앞으로는 다시 구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만 하면 다시 가정으로 끌려갈 수 있다며 집으로 다시 보내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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