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헌신, 베테랑의 품격…이청용의 또 다른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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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7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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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문환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냐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슛을 시도한뒤 이청용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News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문환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냐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슛을 시도한뒤 이청용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News1
과거의 이청용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출연하는 각종 무대에서 당당한 주연이었다. 풋풋했던 스무 살, 2008년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0년을 전후로 대표팀의 간판이었다. 그 무렵 대표팀에는 ‘양박쌍용’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는데, 양박은 박지성과 박주영이었고 쌍용은 바로 이청용과 그의 절친 기성용을 가리켰다.

그렇게 잘나가던 이청용은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던 지난 2011년, 프리시즌 경기에서 당시 5부리그팀 뉴포트카운티의 톰 밀러에게 최악의 태클을 당하는 악재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본적으로 허송세월로 보낸 시간이 길었고 재활 후 돌아와서도 이전의 기량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자 조금씩 대표팀의 호출도 뜸해졌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전 감독은 이청용의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높이 사 마지막까지 고심했으나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는 제외시켰다. 실전감각이 많이 무뎌졌던 탓이다. 그만큼 현실은 차가웠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2 보훔에서 새 둥지를 튼 뒤로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필드를 밟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신감이 올라왔고 서서히 과거 ‘블루 드래곤’의 향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 대표팀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지난 11월 호주 원정 2연전에 처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청용은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진 두 경기를 모두 출전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승선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메이저대회의 복귀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청용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냐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패스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2대 0으로 승리했다. © News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청용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냐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패스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2대 0으로 승리했다. © News1
이청용은 본선 직전 열린 1월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뛰며 본선에서 벤투호의 중요 자원이 될 것을 기대케 했고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나서면서 또 다른 비상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전과 같은 화려한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주연에 욕심내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이청용은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며 벤투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끝난 중국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황의조, 김민재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2차전까지 중국에 밀려 2위에 머물고 있던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자리바꿈에 성공, 조 1위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위로 진출하는 것과 2위로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것은 여러모로 큰 차이가 있었기에 벤투 감독은 팀에 합류한지 이틀 밖에 되지 않는 손흥민을 선발로 출전시키는 강수를 꺼내들었고, 손흥민은 2골에 모두 관여하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이 경기의 주연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골을 넣은 황의조나 김민재, 시종일관 뜨거웠던 황희찬 등 빛난 이들이 많았다.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쪽으로 향했으나 이청용의 묵묵한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왼쪽 날개로 배치된 이청용은 이날 경험이 묻어나는 노련한 플레이로 가뜩이나 거칠게 맞서는 중국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해줬다.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이청용의 몫은 더 중요했다.

조율보다 주목할 것은 희생이었다. 이날 이청용은 방대한 양을 뛰어다니면서 수비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손흥민이 공격형MF로 나서고, 반대편의 황희찬이 공격에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이청용은 낮은 위치까지 자주 이동하며 다른 이들을 위한 거름 역할을 맡았다. 벤치가 이청용이라는 베테랑에게 원한 플레이였는데, 충실히 소화했다.

날렵한 드리블 돌파와 이어진 날카로운 크로스로 대표팀 공격의 키맨이었던 때와 비교하면 화려함이 덜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때 ‘블루 드래곤’은 빛났다. 그러나 지금의 가치가 그때 못지않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의 기치를 올리고 있는 벤투호에는 빛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다 주연이 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청용의 헌신과 희생이 더더욱 값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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