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22년간 눈치… 늦출수록 미래세대엔 ‘연금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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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보험료 둘러싼 쟁점과 전망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안 보인다.”

국민연금 보험료 개편에 대한 한 전문가의 촌평이다.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면 기금 고갈이 불 보듯 뻔하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반기지 않는 보험료 인상에 총대를 멜 인사가 없다는 얘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보고받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총선을 1년여 앞둔 여야가 보험료 인상을 강행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보험료를 둘러싼 쟁점과 전망을 짚어봤다.

○ 보험료 그대로 두면 고갈 불 보듯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4일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내놓으며 대국민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월 소득의 9%(직장 가입자는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인 현행 보험료조차 부담된다는 응답이 63.4%였다. 반면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현행 40%보다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53.9%였다. 연금을 더 받는 건 좋지만 보험료를 더 내긴 힘들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이다.

현행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평균 소득자(월 227만 원)에게 적용하면 젊어서 낸 돈의 2.6배에 해당하는 연금을 노후에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수익비’라고 한다. 현재 노년층의 평균 수익비가 1을 넘으면 반대로 미래 세대의 향후 평균 수익비는 1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덜 내면 누군가는 더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637조 원인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778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후에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4.6%로 급격히 올려야 한다. 월 3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73만8000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연금 쇼크’를 피하려면 보험료를 차츰 올려 ‘낸 것과 비슷하게 받는’ 구조로 서서히 옮겨야 한다.

○ ‘그때 올렸더라면’ 늦은 후회 반복

하지만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시도는 지난 22년간 번번이 좌절됐다. 1997년 5월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9%인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3.6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보험료 동결을 택했다.

2003년 10월엔 정부가 보험료를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 15.9%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듬해 5월 16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 자동 폐기됐다. 2006년 6월 정부가 한발 물러서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는 방안을 다시 국회에 냈지만 이조차 국회가 거부했다.

보험료가 20년 넘게 동결되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상 폭은 점차 커졌다. 정부는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 70년 후인 2083년까지 적립배율(그해 연금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 5배를 유지하려면 2015년 보험료율을 13.48%로 높여야 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4차 재정계산 때는 2088년 같은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17.05%로 뛰었다. 만약 이번에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2023년 5차 재정계산 때는 더 값비싼 계산서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 “저소득 부담 경감”으로 인상 성공한 캐나다

캐나다는 2016년 6월 그 어렵다는 연금 보험료 인상 합의에 성공했다. 2003년 이후 줄곧 9.9%인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매년 0.3∼0.5%포인트씩 올려 2023년 11.9%까지 인상하는 내용이다. 소득대체율을 25%에서 5년간 점진적으로 올려 2023년 33.3% 수준으로 올리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또 보험료 인상 부담이 클 저소득층에 세제 혜택을 줘 충격을 최소화했다. 은퇴를 앞둔 가구의 24%가 적정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노후소득 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공적연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한 것도 보험료 개편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대 국회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금 개편 논의를 완료하지 못할 게 뻔하다면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출산 크레디트 확대 등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고 국민적 합의가 쉬운 내용부터 먼저 의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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