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전부-CIA 극비 접촉 ‘상응조치’ 조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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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판문점 등 수차례 만나
美 “평화협정-개성공단 재개 논의”… 北 “영변, 폐기 전제한 동결 용의”
김영철-폼페이오 18일경 워싱턴 회담… 이르면 내달 20일경 2차 정상회담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와 북한 통일전선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차 판문점 등에서 수차례 극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8일 미 뉴욕에서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뒤 외교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자 정보라인이 물밑 접촉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내놓을 상응조치 간 조율을 시도한 것.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17일(현지 시간) 북한 고위 관계자로는 처음 직항편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18일경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뒤 상황에 따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6일 “미 CIA와 북한의 통전부 라인이 중심이 돼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시간, 장소를 조율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미 외교 소식통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서로 주고받는 초입 단계, 협상의 입구를 설정하는 것”이라며 “양측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요구들을 조금씩 양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은 CIA-통전부 막후 협상을 통해 △북-미 관계를 개선한다는 싱가포르 합의 정신에 따라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평화협정을 위한 다자회담 관련 논의를 시작하며 △대북제재는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개성공단 재개 등 일부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논의한다는 내용의 상응조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은 비핵화 조치로 북한 핵의 상징인 영변 핵시설에 국한해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에 나설 수 있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포함한 추가 조치를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해 12월 하순 물러난 앤드루 김 전 KMC 센터장이 주축이 돼 진행됐고, 후임 센터장이 연말부터 이어받아 판문점 협의 등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구체화해왔다고 한다.

김영철은 17일 오후 6시 25분 베이징을 떠나 미국 현지 시간으로 당일 오후 6시 50분 워싱턴에 도착하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808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급 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르면 다음 달 20일 전후 베트남 하노이 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도 그만큼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북미 정상회담#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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