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대신 칭찬…2019 박병호의 새 목표·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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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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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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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다 후배를 위한 소리였다. 누군가에겐 뻔한 잔소리였을 수 있지만, ‘국민 거포’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의 입을 통해 나온다면 그 말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1군 무대가 낯설었던 후배들이 박병호의 말을 ‘금언’으로 삼았던 이유다.

국내 복귀 첫해였던 2018년, ‘잔소리꾼’을 자처했던 박병호는 이제 채찍 대신 당근을 든다. 변화 앞에 선 키움의 실질적 리더 박병호는 지난해 동생들이 쌓은 경험의 힘을 믿는다.

2016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박병호는 아쉬운 결과를 낸 끝에 지난해 키움에 복귀했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1군 엔트리에 빠졌음에도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홈런왕’ 김재환(두산 베어스)과 차이는 1홈런에 불과했다. 만일 144경기를 소화했으면 55홈런이 가능했던 페이스였다.

지난해 박병호의 가치는 타석 밖에서도 빛났다. 지난해 키움의 주장 완장은 서건창에 이어 김민성의 차지였다. 여기에 최고참 이택근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클럽 하우스 리더는 박병호였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전 모습을 아는 후배들이 “잔소리가 늘었다”고 핀잔했을 정도다.

이는 팀 구성 때문이었다. 지난해 키움 야수진은 급격히 젊어졌다. 임병욱(24), 김규민(26), 송성문(23), 김혜성(20) 등 박병호가 팀을 떠나기 전까지 기여도가 높지 않았던 이들이 주축으로 우뚝 섰다. 박병호는 경험이 일천한 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다. 키움 젊은 피들은 인터뷰 때마다 “병호 형의 조언을 듣고 좋은 결과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2)조차 박병호의 ‘멘티’를 자처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라질 계획이다. 이들이 지난해 쌓은 경험의 힘을 믿기 때문에 잔소리 대신 격려와 칭찬으로 무장하겠다는 박병호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이제는 우승에 도전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후배들이 많은 기회를 받았다. 이제 그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시즌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적인 것을 충실히 한다면 한 마음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승도 마냥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승을 위해서는 본인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 복귀에 대한 부담을 안은 채 시즌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한결 홀가분하다. 아프지만 않는다면 50홈런 이상으로 홈런왕에 오를 것이라 점쳐지는 박병호이기에 최우선 과제 역시 부상 방지다. 이를 위해서 비시즌 몸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히어로즈는 넥센 시절 야수 화수분 타이틀을 얻었다. 남다른 안목으로 선수를 발굴해냈다. 이제 그들을 우승 팀 선수로 성장시키는, ‘키움’의 시대가 열렸다. 당근을 든 박병호의 ‘엄마 리더십’이 빛을 발할 순간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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