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말리는 TV, LG는 되고 삼성은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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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5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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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그니처 OLED TV R(출처=IT동아)
LG 시그니처 OLED TV R(출처=IT동아)

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19). 여러 산업 부문에서 다양한 기술과 제품들이 공개되어 주목 받았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고해상도 제품군의 등장과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하지만 그 중 백미는 단연 화면이 말려 들어가는 '롤러블(Rollable) TV'였다.

LG전자는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 말미에 신제품 'LG 시그니처 OLED TV R'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사운드 바(Sound Bar) 스피커처럼 보였지만 그 위로 TV가 솟아나왔다 다시 들어가는 것을 반복했다. 이 TV는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했고, 여러 해외 매체들 역시 시그니처 OLED TV R을 호평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롭게 접고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 'OLED'

유기 발광 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의 줄임말인 OLED는 액정 디스플레이(LCD)의 뒤를 이어 주목 받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다. OLED는 발광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 대비 구조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LCD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후면에 빛을 내기 위한 조명(백라이트)을 달아야 하지만 OLED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OLED는 LCD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얇게 만들 수 있다(출처=LG디스플레이 블로그)
OLED는 LCD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 얇게 만들 수 있다(출처=LG디스플레이 블로그)

얇게 만들 수 있다(박막화)는 기술적 이점은 다양한 제품을 만들 때 도움이 된다. 패널의 특성을 활용, 휘거나 둥글게 말아 사용하는 형태로도 만들 수 있어서다. LG전자는 그간 진행된 CES에서 OLED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터널, 돔, 협곡, 폭포 등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전시장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실제 제품에서도 OLED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보여준 바 있다. LG 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Signature)'가 대표적.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시그니처 TV는 크기에 따라 두께가 4mm가 안 될 정도로 얇게 만들어졌다. 얇은 두께로 디스플레이를 벽에 붙이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CES 2019 내 LG 전시장에 마련된 OLED 폭포. 측면을 보면 화면이 휘어 있어도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출처=IT동아)
CES 2019 내 LG 전시장에 마련된 OLED 폭포. 측면을 보면 화면이 휘어 있어도 자연스러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출처=IT동아)

시그니처 OLED TV R도 그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활용성은 더 높인 것이 특징이다. 원할 때는 TV가 되었다가 그렇지 않을 때에는 본체 안으로 화면을 말아 넣어 스피커로 쓸 수 있다. 화면을 일부 노출시켜 시계나 기타 정보를 노출하는 식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TV는 무조건 벽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반면, 삼성은 뚜렷한 대항마를 내놓지 못한 상황. 그나마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마이크로 LED'로 체면을 살렸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기술은 OLED와 마찬가지로 발광소자 자체가 빛을 내고, 다양한 소재를 기판으로 활용하면 자유자재로 휘거나 늘리는 등의 응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 더 월의 화면을 촬영한 이미지. 불량화소와 함께 이음새와 유격이 +자 형태로 두드러진다(출처=IT동아)
삼성 더 월의 화면을 촬영한 이미지. 불량화소와 함께 이음새와 유격이 +자 형태로 두드러진다(출처=IT동아)

그러나 마이크로 LED는 칩을 기판에 옮겨 심는 전사 과정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각 색상에 맞는 LED 칩을 균일한 색과 밝기를 내도록 관리해야 된다. 먼지가 유입되거나 막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칩 자체가 불량이 되거나 발색 혹은 밝기가 균일하지 않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 CES 2019에서 공개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은 일부 발광소자 배열이 틀어지거나, 발광하지 않는 발광점(불량화소)이 보이기도 했다.

QLED라고 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양자점(Quantum Dot)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액정 디스플레이 전면에 양자점 필름을 붙인 형태다. 화면에 곡률을 적용한 커브드(Curved) 형태는 가능하지만 자유롭게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OLED의 장점 극대화는 '현재진행형'

OLED의 장점이 두드러진 제품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타 디스플레이 기술로 만든 TV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액정 디스플레이(LCD) 기반의 TV들은 대형화와 고해상도 등 일부 요소들 외에는 내세울 카드가 부족하다. 이마저도 OLED의 장점에 빛을 잃는다. 밝기와 색감, 반응속도 등 화소 자체가 반응하는 OLED 쪽이 유리하다.

물론, OLED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같은 이미지나 글자가 노출되면 미세하게 얼룩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특정 발광 소자(특히 파란색)의 수명이 일반 액정 대비 짧아 발생하는 것. 다만 시간과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를 뿐, 액정 디스플레이(LCD) 기반 제품에도 존재한다.

뛰어난 화질과 디자인 등을 앞세운 OLED TV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출처=IT동아)
뛰어난 화질과 디자인 등을 앞세운 OLED TV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출처=IT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는 OLED로 이동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대형 OLED TV는 올해에 약 390만 대에 이어 2020년에는 660만 대 이상, 2021년에는 1,000만 대 가까운 OLED TV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OLED를 선호해 간다는 이야기다.

LG는 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벽에 붙이거나 돌돌 마는 TV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얇고 가벼운데다 유연성을 갖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시그니처 OLED TV R 이후에 어떤 형태의 TV가 나오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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