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역 흉기난동’ 경찰 소극대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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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男, 마트털이 공범 자백 앙심… 커터칼로 친구 부상입힌뒤 대치
“테이저건 갖고도 1명 제압 못해”… 온라인에 동영상 뜨며 비난 일어
경찰 “실탄보다 비싸 훈련 많이 못해”

1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경찰이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한모 군(왼쪽)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강동구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경찰이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한모 군(왼쪽)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8시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후… 칼부림 사건이 눈앞에 일어났네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랐다. 함께 첨부된 2분 13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강동구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에서 한모 군(19)이 경찰 2명과 대치하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 한 군은 친구 박모 군(19)을 둔기로 위협하고 커터칼로 허벅지를 찔렀다.

강동경찰서는 “13일 오후 6시 57분 최초 신고가 접수된 뒤 7시 1분 현장에 도착했고 7시 5분에 한 군을 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신고 접수 후 8분 만에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경찰들이 한 군을 곧바로 제압하지 못하고 3∼4m 정도 떨어져 대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대응에 비난이 쏟아졌다. 커터칼을 손에 쥔 한 군이 경찰에 맞서자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장면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누리꾼은 “경찰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과 삼단봉 등 진압 장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사용하지를 못해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뻔했다”고 지적했다. 동영상에는 경찰관이 한 군을 향해 테이저건을 쐈지만 빗맞는 장면과 삼단봉을 꺼내고도 한 군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미국 경찰처럼 총으로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는데도 이렇게 소극적이어야 하느냐”며 경찰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은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진압장비 사용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테이저건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3∼4.5m의 적정 거리에서 발사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켰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도 “경찰들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민 청장은 다만 “현재 사용 중인 수입 테이저건은 전극이 2개인데 조준 불빛은 1개여서 문제가 많다”며 성능 문제를 지적했다. 또 테이저건 카트리지가 고가여서 평소 사격훈련을 충분히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1회용 소모품인 카트리지 가격은 개당 4만8000원 선이다.

한 군은 슈퍼마켓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박 군이 자신을 공범으로 지목한 데 앙심을 품고 커터칼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수절도 및 보복상해 혐의로 한 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신청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심규권 기자
#흉기난동#칼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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