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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볼턴 대화 겉돌고… 주미대사, 폼페이오 면담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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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볼턴 대화 겉돌고… 주미대사, 폼페이오 면담도 힘들어

문병기 기자 , 윤완준 특파원 , 서영아 특파원 입력 2019-01-15 03:00수정 2019-01-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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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4강 외교]북핵 대응 우군끼리 ‘소통의 위기’

“볼턴이랑 전화는 종종 하는데 내용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네요.”

지난해 12월 말 기자가 정부 관계자에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여전히 북핵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통화는 여전히 하는데 북핵 이슈를 다루는 채널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외교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 시리아 철군 등 중동 이슈에 집중하면서 정의용 실장과 북핵 관련 소통이 과거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 때에 비해 덜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은 화려해 보이지만 동시에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이 중재 역할을 맡으면서 남북미 3각 구도 중심으로 흘러왔던 한반도 외교전이 한층 복잡해질 텐데, 정작 이를 구체적으로 이끌고 갈 4강 외교는 북핵에 다걸기해 온 청와대 주도의 정상외교에 가려진 채 제 힘을 못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북-중 정상회담으로 새해 한반도 외교전의 서막을 연 북한이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 등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면 갑작스레 한반도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구멍 커지는 4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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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북핵 외교는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게 확실시된다. 그러나 비핵화 정상외교의 주변에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양자 외교 갈등의 불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자나라인 한국의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미국 협상팀을 압박하면서 분담금 협상의 추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대미외교의 첨병으로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 프로세스를 설파해야 할 주미 대사관의 역할도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남북 관계 과속 논란 당시 한국 외교관을 만난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주미 대사관이 싱크탱크와의 접점을 넓히겠다고 나섰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日 갈등 증폭에도 불통-中 사드 갈등 속 외교 공백

레이더 갈등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국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일본 외교가에서는 “한국과의 소통이 고민”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일 외교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룰 만한 외교전문가가 없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이수훈 주일 대사는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에게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전했지만 “지금이 그런 말할 때냐”는 냉랭한 반응만 맞닥뜨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특사로 문 대통령을 만났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려 연락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중국과의 관계도 녹록지 않다. 2017년 10월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 ‘봉인’에 합의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단체관광 제한 등 사드 보복의 빗장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방중 이후 북-중의 밀착이 강화되면서 사드 문제가 다시 한중 관계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노영민 전 주중 대사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영전하면서 현재 주중 대사는 공석이다. 노 전 대사의 복귀 이후 한중 양국은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재개관 문제에 대한 후속 논의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자협상 기지개 켜는 北, 정보력 약화 우려

일각에선 4강 외교의 허점을 두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외교 분야 주류 교체 과정에서 축적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강 외교 경험이 있는 전문 외교관을 대신해 실용적 균형외교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다자외교 전문가들이 중용되면서 외교의 기초 체력, 펀더멘털이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

특히 한미일 공조가 퇴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공유 창구도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현 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자산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한미 국가안보회의(NSC) 라인과 남북 정보 라인”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일본과도 별도의 양자협상 테이블을 차릴 경우 한국의 비교우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4강 외교#문재인 정부#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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