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서로를 향해 ‘칼’ 겨누는 울산 檢-警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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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 법조타운 이전 논의가 한창이던 2004년. 울산 중구와 남구가 법조타운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남구는 기존 옥동의 법조타운이 옮겨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중구는 성안동 함월산 중턱을 후보지로 제시했다. 법조타운은 결국 기존 법조타운 옆에 2014년 11월 신축됐다.

당시 중구가 ‘운동장 무료 조성’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내놨으나 법조타운 유치에 실패한 이유로 울산지방경찰청사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울산경찰청사는 2003년 12월 함월산 정상 부근에 들어섰다. 중구가 제시한 곳으로 법조타운을 옮기면 경찰청사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전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청사 입지를 놓고 소문이 파다했던 울산의 검찰과 경찰이 최근 상대방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울산지검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집무실(당시 울산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당은 “김 후보에 대한 흠집을 만들어 상대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수사를 했다”며 지난해 3월 황 청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건설업자와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 수사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관련해 울산지검 A 검사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A 검사는 2016년 검찰 출신 변호사가 제시한 가짜 고래고기 유통증명서를 토대로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1t을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혐의(직무유기, 직권남용)로 고래보호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A 검사가 1년간의 해외연수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돌아오자 경찰은 출석을 요구했다. A 검사는 출석 대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기소를 할 수 없어서 고래고기를 돌려줬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황 청장에 대한 수사는 고발된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이며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측도 “A 검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이며, 서면답변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재출석 요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논의가 현재 국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황 청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이다. 황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방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청사 위치를 놓고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쳤던 울산 검경의 ‘칼’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다. 상대의 급소를 정확하게 찌를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지 울산 검경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 법조타운#울산지방경찰청사#고래고기 환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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