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다시 주목 받을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4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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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키움 신재영-윤성환.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두산 유희관-키움 신재영-윤성환.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현대야구는 그야말로 ‘파이어볼러’의 시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만이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스카우트들의 눈을 매료시킨다.

물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딱히 최근부터 큰 주목을 모아왔던 것은 아니다. KBO리그가 출범했던 1982년부터 ‘시속 150㎞’에 대한 야구팬들의 로망은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 최동원, 선동열이라는 이름이 아직까지도 현대야구에서 크게 회자되는 이유다.

그러나 늘 빠른 볼 투수만이 ‘프로 생존’이라는 제 1과제를 수행했던 것은 아니다. 정작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들은 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제구가 1순위”라는 말을 강조하곤 한다. 볼은 느려도 정확한 제구력으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낸 이들도 KBO리그에는 적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유희관(33), 키움 히어로즈 신재영(30) 그리고 현재 삼성 라이온즈와 프리에이전트(FA) 협상 중인 윤성환(38) 등은 현대야구에 대표적인 ‘제구력파’ 자원들이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져 타자들의 방망이를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투수들이다.

2018년에는 모두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급격한 구위 하락 등이 겹치면서 정규시즌에 대부분 고개를 숙였다. 유희관은 평균자책점 6.70, 윤성환은 6.98, 신재영은 6.75를 각각 기록했다.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되는 추세인 현 리그 속에서 제구력파 투수들의 맹활약은 어린 투수 유망주들에게 ‘희망’을 선보이곤 한다. 신체적 한계, 혹은 부상으로 인한 구속 저하 등 여러 이유로 ‘파이어볼러’의 길을 가지 못하는 투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에서다.

2019년에도 제구력파들의 시즌은 계속된다. 이들이 바라는 ‘명예회복’은 단순히 자신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느림의 미학’이 과연 올해는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지 큰 관심이 쏠린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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