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용, 선수 때 폭로 못한 이유? “뒷감당 어떡할래? 말에 겁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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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4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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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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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의 성폭력 폭로가 어려운 건 폭로 뒤에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학업을 포기하고 운동에 다걸기하는 국내 사정상, 운동포기는 인생실패와 동의어로 여길 소지가 크다.

전(前) 유도선수 신유용 씨는 14일 방송한 채널A ‘뉴스A LIVE(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성폭행 뒤 코치가) ‘그런데 너 진짜 이거 말하면 우리 둘이 진짜 한강 떠야 된다. 유도계 떠야 된다. 너만 떠야 되는 줄 아냐. 나도 떠야 한다.’ 이런 얘기들로 부드러운 조의 협박을 항상 취했다”고 폭로했다.

운동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신유용 씨에게 꿈과 미래를 볼모로 협박을 했다는 주장. 신 씨는 “‘미투를 하는 순간 너한테 들려오는 뒷말들과 그 시선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고 제가 지레 겁을 먹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유용 씨는 선수생활을 정리한 뒤 A 코치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함께 운동을 하던 동료는 선뜻 신 씨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사건 수사는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신유용 씨는 같은 날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증언해주기로 한 동료가) 그만둔 운동선수의 피해 사실을 입증해주자고 자기 유도 인생 다 무너뜨릴 수도 있는 거지 않느냐. 아무래도 유도계가 많이 폐쇄적이다 보니까…. 두려웠을 거다. 그들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용기로 성폭행에 방관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신유용 씨도 심석희의 용기에 실명을 공개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문화·체육·여성계 시민단체들은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문제와 사고가 났을 때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등의 관행이 남아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폭로 뒤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A 코치는 신유용 씨와 연인 관계였다며 성폭행을 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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