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 입대 확정…“잊지 말아주세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4일 15시 38분


코멘트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팬들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고영표(28)는 2017년 KT의 최대 수확이었다. 25경기에서 141.2이닝을 소화하며 8승12패,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볼넷 비율 2.6%로 KBO리그 역대 1위에 올랐으며, 삼진/볼넷 비율은 7.8로 1983년 선동열(8.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비록 10승 고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감안하면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연히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한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 KT 선수가 한 명도 뽑히지 않은 것은 고영표와 팀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겼다.

고영표는 시즌 종료 후 군 입대를 결정했다. 2018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허리 통증 문제로 신체검사에서 4급이 나왔고 현역 입대가 무산됐다. 결국 사회복무요원(전 공익근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복무요원 입대 정원이 이미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도 복무기관 배치를 받지 못한 대기자만 1만 명이 넘는다. ‘사회복무요원 입대가 명문대학교 입시보다 힘들다’는 말이 사회에 퍼지는 이유다.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김재영(한화 이글스)은 올해 초 입대를 원했지만 대기 문제에 막혔다. 결국 당초 계획이 꼬였고, 올 시즌을 치르게 됐다.

고영표 역시 2021시즌 준비를 위해서는 빠른 입대가 필요했고, 최근 병무청으로부터 오는 24일 논산의 육군훈련소로 입소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예정대로면 11월 말 소집해제로 2021시즌을 위한 정상적인 몸 만들기가 가능해진다.

14일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그는 “2년 동안 야구를 놓게 됐다. 몸도 마음도 회복할 시간으로 만들겠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도 될 것이고,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뭐든지 나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KT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잠시 팀을 떠나야 한다. 군 입대를 앞둔 많은 선수들은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있을까’를 염려한다. 하지만 고영표는 “내 자리를 어떤 선수든 메우지 않겠나. 나는 2년간 멈춰있지만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실력과 경험을 쌓을 것이다. 그러면 KT는 강해진다”며 “선의의 경쟁자는 나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여러 모로 내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은 팬들 때문이다. 고영표는 인터뷰 때마다 팬에 대한 고마움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을 보내줬던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팬들은 내가 없는 2년간도 계속 KT의 야구를 볼 텐데 나는 그 함성이 쏟아지는 그라운드 위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완전한 이별이 아니다. 팬들에게 잊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이 돌아올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