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불법 음란물 유통 직접 지시…성범죄 영상 삭제 요청 오면 더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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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4일 1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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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뉴스1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뉴스1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수감중)이 헤비 업로더에게 불법유출 영상의 유통을 직접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양진호 회장은 ‘디지털장의사’ 업체를 함께 운영했는데, 피해자들이 이른바 리벤지포르노 삭제 요청을 하면 되레 해당 영상을 더 자주 올려 돈벌이를 했다고 한다.

14일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취재팀에 따르면 2011년 검찰은 양 회장이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던 헤비 업로드 업체 ‘누리진’이 그가 실소유한 또 다른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내에서 운영된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양 회장의 부하 6명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누리진’에서 헤비 업로더로 일했던 A 씨는 공동취재팀과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의 실체를 털어놨다.

지인 소개로 해당 업체에 취업했다고 밝힌 A 씨는 “양 회장이 ‘돈을 한 번 열심히 벌어봐라, 좋은 기회다’라면서 일을 시켰다. 양 회장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 일했다”라면서 “주로 음지에 있는 성범죄 영상물을 구해 회원이 많은 웹하드(위디스크, 파일노리)에 뿌리는 일을 했는데 60% 정도는 음란물을 업로드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성범죄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을 때는 이를 무시하고 업로드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본 원정녀 영상’이라고, 한국 여성들이 일본에 나가서 성매매를 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영상이 올라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한 피해자가 전화해 ‘지워달라, 지금은 가정 잘 꾸리고 살고 있는데 너무 괴롭다’며 해당 영상 삭제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상사는 ‘야, 그 영상 빨리 올려’라고 지시했다. 삭제요청이 와도 일단 알겠다고 하고선 계속 돈벌이로 이용했다”고 전했다.

A 씨는 “리벤지 포르노 같은 음란물이 잘 팔렸다. 특히 국산의 모자이크가 없는 영상 즉,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인기가 많았다”라며 “이런 영상물이 담긴 하드디스크는 언제라도 올릴 수 있도록 항상 옆에 뒀다. 제일 돈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을 모으는 방식에 대해서 A 씨는 “일본에 있는 어둠의 사이트들을 찾는 게 일이었다. 다운을 못 받고 스트리밍으로만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캡처(녹화)해서 올리면 수익이 나는 구조였다”면서 “유료 가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사에서 돈을 지원해 줬고, 하루에 1000건 이상 올렸다”고 전했다.

당시 ‘누리진’에서 함께 일한 직원이 자신을 포함해 4명이었다고 말한 그는 “각자 500개 정도의 아이디를 가지고 업로드 했기 때문에 하루에 1000건 이상 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디 500개를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에 “개인 정보를 가지로 일일이 아이디를 만드는 게 아니다. 아예 우리(누리진)가 위디스크 운영팀의 회원 승인 권한을 가지고 아이디를 막 만들었다. 심지어 누리진 직원들은 IP주소도 수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 툴을 만들어준 곳은 위디스크 개발팀”이라고 주장했다.

누리진은 당시 직원 1인당 한달 평균 1억50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또한 가짜 IP와 부팅 USB를 활용하거나 아이디를 수시로 없애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경찰의 눈을 피했다.

그는 “누리진 직원들은 수사기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특정 USB를 컴퓨터에 꽂아야만 업로드 화면이 나오도록 하는 컴퓨터 부팅용 USB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라며 “한 컴퓨터에 두 개의 OS(윈도우 등)을 설치했다. 양 회장은 증거를 남기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회사 자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만 쓰게 해서 증거를 안 남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수사가 시작되면 모든 사건을 성남지청으로 가지고 가야했다. 성남에 우리 편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에도 라인은 있었다”라며 “수사기관을 상대로 상습적인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양 회장은 업로드 조직인 누리진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이 회사를 필터링업체로 둔갑시켰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 누리진이 기술 계약을 맺게 하는 방식이었다.

공동 취재팀이 입수해 공개한 뮤레카와 누리진의 기술 계약서에는 ‘누리진이 뮤레카가 요청하는 저작물에 대해 해시 값과 동영상 DNA 데이터 값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누리진을 필터링 관련 회사로 위장했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누리진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라며 “뮤레카 소속 직원이 필터링 우회 방법까지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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