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과 추억 사이’ 평창동계올림픽 그 후 1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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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한반도의 동장군은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강원도로 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정확히 30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평화올림픽의 시작까지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지구촌 대축제의 장이 열렸다.

설상과 빙상을 넘나드는 우리 태극전사들의 활약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이끌었다. ‘영미~’라는 2018년의 유행어를 만든 컬링 팀 킴, 빙상에서 우리의 전통 효자종목임을 다시 한번 알린 쇼트트랙, 그리고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싸운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까지. 이외에도 여러 영웅들의 맹활약은 온 국민의 환호와 박수를 모이게 만들었다.

올림픽의 그 좋은 ‘추억’은 고단한 우리의 2018년 삶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이 추억은 ‘추악한’ 빙상계의 어두운 그림자들로 더럽혀 지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이슈를 던지고 있다.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 그리고 성폭행 혐의까지 얘기 되고 있는 현 상황은 단순히 범죄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다. 체육계에 있는 많은 스포츠 영웅들이 그 동안 부당한 대우와 지도를 받으면서 뒤로 피눈물을 흘렸다는 게 수면위로 드러났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지는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었던 여자 컬링 대표팀은 지난 연말 스톤이 아닌 마이크를 잡았다. 대표팀의 특정 인물 사유화와 팀원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상금 횡령’, ‘선수 인권 훼손’ 등 여러 불편한 주제들이 등장했다.

일련의 사건들에서 항상 피해자는 선수들이었다.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일반 종목 선수들이 매 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위선양을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들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어려운 환경’이라는 게 지금 밝혀진 정도의 수면이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빙상계의 추악한 소식들이 전해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벌써부터 1년 전 우리들의 겨울 추억은 손상되고 있다. 선수들이 눈물을 머금고 만든 겨울철 기쁨의 씨앗이 더 이상 오염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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