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에 노익장 자랑하는 이장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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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서 70세 이상 해마다 늘어… 도시지역 청년통장 증가세와 대비
건강상태 좋아 적극적인 활동 눈길, 마을사업 챙기고 주민들 화합 도와

91세 마을이장 김평오 씨가 9일 전남 곡성군 삼기면 의암리 서봉마을 곳곳을 청소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봉마을 제공
91세 마을이장 김평오 씨가 9일 전남 곡성군 삼기면 의암리 서봉마을 곳곳을 청소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봉마을 제공
9일 오전 전남 곡성군 삼기면 의암리 서봉마을. 김평오 씨(91)가 동네를 돌며 구석구석을 쓸었다. 이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 안부를 살폈다. 서봉마을에는 18가구 주민 24명이 살고 있다. 이 중 6명은 90세가 넘었지만 모두 건강해 장수촌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김 씨는 아픈 주민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주민들과 함께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 또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주민들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이장에 추대된 그는 1일부터 이장 업무를 시작했다. 주민 박모 씨(63)는 “마을에서 어르신에 속하는 이장님이 항상 넉넉한 마음으로 마을 일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곡성지역 이장 272명 중 최고령이다. 경남 함양이 고향인 그는 45년 전 매실과 대봉 농사를 짓기 위해 서봉마을에 정착했다. 과수원 농사를 지으며 서봉마을이 제2의 고향이 됐다.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오토바이나 경운기를 직접 몰고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김 씨는 “이장 임기 2년 동안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70세가 넘어 노익장을 자랑하는 이장이 늘고 있다. 농촌 지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는 데다 고령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과거보다 좋아져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 마을 이장과 통장은 총 8500명 정도다. 이들 중 70세 이상은 2016년 1041명, 2017년 1419명, 2018년 1702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장은 행정기관과 주민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각종 정책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 의견을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전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촌마을은 70세 이상 이장이, 도시에서는 20, 30대 청년 통장이 늘고 있는데 그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은 이장 역할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흥군은 7일부터 11일까지 마을 이장 514명이 참여하는 혁신리더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은 강사를 초청해 주민자치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장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설명한다. 고흥군이 이 같은 교육을 추진한 것은 고령화하는 농어촌사회의 리더격인 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알리기 위해서이다.

강사로 나선 송귀근 고흥군수는 “한 마을이 발전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이장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주민들과 화합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교육에 참여한 이장들은 ‘처음으로 의욕을 북돋아주는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마을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어촌 이장들이 주민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곡성 의암리#서봉마을#농촌 고령화#전남 고흥군#이장#혁신리더 강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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