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 치어 숨지게 한 60대 뺑소니범 집행유예 이유…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9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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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무단횡단 피해자 과실, 유족과 합의 등 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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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머니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났다가 13일만에 붙잡혀 구속 기소된 뺑소니 운전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고, 피해자의 유가족과 합의한 점 등에 비춰 이같이 판시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박희근 판사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4)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도로를 횡단하던 보행자를 차로 충격하고도 현장을 이탈, 도주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죄질도 좋지 않다”며 “사고 당일 차 수리를 맡겨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새벽시간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과실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점, 유가족과 합의에 이른 점, 이른 새벽 지방 소재 대학으로 출근하던 며느리를 용산역까지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사고를 낸 것으로 동종 전력으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전 5시35분께 인천시 계양구 귤현대교 1차로에서 자신의 K5 승용차를 몰다가 길을 건너던 B씨(81·여)를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사고 후 2~3분 후에 사고 현장을 지나던 다른 차량 운전자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인근 CCTV 분석으로 수사를 벌여 도주 13일만인 8월19일 인천 서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까만 물체를 친 것 같았지만, (사람 인 줄 몰랐고) 당황스러워 현장을 급하게 벗어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주로 인근 어르신들이 새벽시간대 산책하는 아라뱃길 산책로”라며 “B씨도 이날 산책을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거 3일 후인 8월 22일 A씨가 도주 후 사고 차량을 수리하는 등 증거 인멸의 정황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B씨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A씨의 아들이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칩 은닉, 휴대전화 해지, 통화기록 및 문자 삭제 등 A씨의 새로운 증거 인멸 시도 정황을 확보해 구속 영장을 재신청했으며, A씨는 결국 범행 한 달만인 9월6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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