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2019 K리그를 기대하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9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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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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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는 돈으로 굴러간다. 수익을 내야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천정부지의 선수들 몸값을 감당하기가 갈수록 힘겹다. 프로 무대는 결코 자선 사업하는 곳이 아니다. 모기업의 홍보를 내세워 돈을 펑펑 쓰던 시절은 지났다.

프로구단의 돈줄은 크게 중계권료와 입장수입, 선수 이적료, 상품판매 등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산업화가 더딘 국내 실정에서는 이 모든 게 마땅찮다. 종목이나 구단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프로축구의 경우를 보자. 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시즌 K리그1(12개 구단으로 1부 리그 구성) 전체 입장수입은 116억여원이다. 전체 구단이 한 해 동안 열심히 홍보하고 마케팅해서 끌어 모은 총액이다. 이를 구단별로 평균하면 한 구단의 수입은 10억원에도 못 미친다. 솔직히 프로종목이라는 간판이 쑥스러운 액수다. K리그 연봉킹인 전북 김신욱의 16억500만원은 물론이고 이동국(10억2382만원)의 연봉 맞추기도 버겁다. K리그2(10개 구단)는 더 초라하다. 총수입이 26억원인데, 구단별 평균 2억6000만원이다.

요즘 실질적인 지표로 많이 활용되는 객단가도 마찬가지다. 객단가는 관중 1명이 얼마의 금액을 지불하고 경기장에 입장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개념인데, 리그 또는 구단의 상업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1부의 평균 객단가는 7326원이다. 이는 시즌 전체 입장수입에서 실제로 경기를 관람하지 않은 시즌권 소지자의 티켓 구매액을 차감한 후 이를 시즌 전체 유료관중수로 나눠 산출한 액수다.

인기 구단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FC서울(1만1981원)과 수원 삼성(1만433원) 두 구단은 1만원 이상이다. 서울은 유일하게 3년 연속 1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들 구단들도 최근 성적이 부진하면서 홈팬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지방 구단의 객단가는 형편없다. 지난 시즌 우승팀 전북 현대는 6500원 정도이고, 4000원을 조금 넘는 구단들도 있다. 똑 같은 한 경기이지만 벌이 들이는 수입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K리그 전체 규모가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부 리그의 평균 객단가는 4162원이다.

문제는 일반 관중석 판매로는 객단가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좌석의 종류를 다양화해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석을 판매하는 등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한다. FC서울은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치킨존, 맥주펍으로 꾸민 스카이펍, 패밀리 테이블석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처럼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K리그 브랜드 가치의 제고다. 기본적으로 프로축구가 재미있고, 인기가 있어야하며, 또 스타가 있어야 마케팅도, 객단가도 끌어올릴 수 있다. 팬들이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고 느끼는 경기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의 자본과 일본의 시스템에 밀리고, 국내서는 국가대표팀에 치이는 K리그가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관중수 거품과 허수를 제거하고, 리그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K리그 경기의 질적 향상을 통해 마케팅의 효과를 누리고, 구단의 살림살이도 좀 나아지는 2019시즌 K리그를 기대해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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