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외부 FA 포수 성공작은 박경완뿐, 양의지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9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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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스포츠동아DB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좋은 포수를 키우려면 한두 시즌으로 부족하다.’

현장의 배터리코치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젊은 나이부터 주전으로 뛰는 포수는 손에 꼽는다. 부상도 잦아 수년간 풀타임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포수는 2000시즌을 앞두고 도입된 프리에이전트(FA) 제도의 수혜를 가장 덜 받은 포지션이다.

포수가 FA 권리를 행사한 건 올 스토브리그까지 총 16번이다. 조인성이 세 번(2008, 2012, 2016) 박경완(2003, 2007), 강민호(2014, 2018)가 각각 두 번 행사했음을 감안하면 실제 FA 자격을 누렸던 포수는 12명뿐인 셈이다.

이들 중 타 팀으로 이적한 사례는 여섯 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37.5%로 적은 편이다. FA 자격까지 얻은 주전 포수라면 팀의 마운드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원 소속팀에서는 웬만하면 잔류를 우선 방침으로 삼는다. 또한 선수로서 전성기를 달릴 20대 후반~30대 초반에 FA 자격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들의 이적을 막은 요소다.

그렇다면 타 팀으로 이적한 포수들은 얼마나 활약을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박경완(2003년 현대 유니콘스→SK 와이번스)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첫 포수 FA였던 김동수는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지만 2년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2.68을 생산해내는 데 그쳤다. 결국 삼성은 김동수를 트레이드로 내보내며 투자 실패를 자인했다. 생애 세 번째 FA 자격으로 2012년 LG 트윈스에서 SK 와이번스 이적을 결정했던 조인성도 3년간 WAR 2.30을 기록한 채 시즌 도중 트레이드 됐다. 2016시즌에 앞서 LG 유니폼을 입었던 정상호도 3년간 WAR -0.18을 기록 중이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 역시 실패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는 WAR 1.97을 기록했다. 아직 계약 첫 해를 보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는 이른 단계다.

성공작은 박경완뿐이다. 박경완은 2003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SK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3년 총액 19억원, 당시 기준으로도 ‘초고가’는 아니었지만 이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박경완은 계약 3년간 WAR 14.46을 기록했다. 포수를 넘어 전 포지션을 놓고 봐도 외부 FA가 연평균 WAR 5에 가까운 성적을 낸 것은 양준혁 정도가 유일하다. 아직 신생팀에 머물던 SK를 이적 첫해인 2003년부터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포수 조련사’ 조범현 당시 SK 감독과 만남이 박경완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박경완은 2013년 은퇴할 때까지 SK맨으로 남았다.

NC는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5억원을 안겨줬다. 역대 포수 FA 최고액이다. 정상급 포수인 양의지가 투수들의 성장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양의지라면 박경완을 넘어서는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다. 지난 4년간 양의지가 두산 베어스에서 기록한 WAR은 19.9.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었음에도 연평균 WAR 5는 거뜬했다. 이제 막 전성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급격한 노쇠화를 걱정할 이유도 없다. NC가 큰 금액을 과감히 베팅한 데는, 양의지가 박경완을 넘어선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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