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거사위 “PD수첩 광우병 보도 기소는 수사권 남용”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9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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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과 관련해 당시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9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PD수첩 사건’의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심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착수가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방송의 허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PD수첩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보도가 왜곡됐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검찰은 PD수첩 보도가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진을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과거사위는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 개인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임에도 정부기관이 대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전례가 없고 부당하다”며 “검찰의 수사착수가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검찰의 수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도 기소와 무관하게 강제수사를 요구하고, 수사검사가 불기소 의견으로 보고했음에도 무죄가 나와도 좋으니 기소하라는 지시를 하는 등 위법·부당한 수사지휘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임수빈 부장검사가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이 사건을 맡았는데, 수사팀은 방송 내용이 일부 과장·왜곡된 부분이 있지만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에 보고했다.

하지만 대검 측은 “총장님 뜻”이라고 언급하며 수사팀에 강제수사를 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임의수사가 안되면 일단 강제수사를 하더라도 수사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도 강제수사를 요구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또 당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현 자유한국당 의원)는 수사팀에서 기소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유지하자 임 부장검사만 따로 불러 무죄가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기소를 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시를 거부한 임 부장검사에 대해 법무부에서 암행감찰을 진행해 불이익을 주려고 한 정황도 파악됐다.

과거사위는 대검과 법무부가 정치적인 고려로 강제수사를 강요하려 한 것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에서 2008년 7~11월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수시로 강제수사 여부 등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들에는 ‘여론조성 등을 통한 해결 모색’으로 강제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정국 안정’, ‘야권 반발’, ‘입법 추진에 걸림돌’ 등을 고려대상으로 삼은 내용이 담겼다.
강제수사가 정부 정책을 비판한 언론사에 대한 경고와 피의자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서 수사목적 외의 수단으로 남용됐다고도 꼬집었다.

수사팀이 교체된 이후 2차 수사팀의 수사 및 결과 공표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2차 수사팀이 2009년 PD수첩 제작진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이를 기소 또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았고 항소이유서, 증거신청서에 그 내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수사결과 공표 과정에서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도 ‘수사사건 공보에 관한 준칙’, ‘인권보호수사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자료를 유출해 MBC에 전달하고 기소 전 언론에 피의사실을 제보한 것도 검찰의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라 과거사위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특정사건에 대한 대검의 수사지휘를 가능한 축소하며 범죄 혐의와 무관한 사항을 이유로 수사지휘를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수사기관 내부에서 위법·부당한 수사지시에 대해 상급자나 상급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효성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수사지휘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수사결과 발표시 위법한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고 수사내용이 위법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검찰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사단은 서울중앙지검에 당시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했으나 ‘수사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이는 검찰보존사무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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