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동등한 잣대’ 최용수의 원칙, 반전 꿈꾸는 서울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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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9일 0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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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K리그1 FC서울의 명가재건이라는 중책을 짊어진 최용수 감독의 말이다. 최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목표했던 우승경쟁은커녕, K리그2 강등이라는 최악의 위기로 치닫던 지난시즌 말미, 최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고민거리 중 하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활용 여부였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외국인 선수 라인업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최 감독이 실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용병 모두가 성에 차지 않았으나 특히 브라질 공격수 안델손의 태도가 불편했다.

체력 등 마음에 들지 않은 훈련 프로그램에 제대로 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선수단 풀 트레이닝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불참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 감독은 결국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11월 초를 기점으로 안델손을 ‘기만’을 이유로 완전히 명단에서 지웠다. 출전엔트리에서 배제한 것은 물론, 훈련장 출입금지를 통보했다. 시즌 막바지, 최 감독이 완전히 국내 선수들로 경기에 임하게 된 배경이다.

그럼에도 깊이 뿌리를 내린 서울의 패배의식은 바뀌지 않았다. 내용에서는 발전했음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 때 안델손이 간접적인 최 감독에게 요청을 해왔다. “기회를 달라. 정말 자신이 있다.”

사실 최 감독도 많은 고민을 했다. 당장 상대 지역에서 뭔가 한 방을 터트리고 해결해줄 카드라는 점에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괜찮다. 계속 팀 밖에 있다가 떠나라!” 외국인 선수라도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이었다.

최 감독의 생각은 분명하다. 실력이 조금 부족할지언정 경기가 누구보다 간절하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걸 쏟는 선수가 우선이다. 괌에서 시작한 동계전지훈련에서도 원칙은 바꾸지 않는다. 연습경기부터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을 중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서울의 행보는 순탄하지 않다. 물밑 교감을 나누는 몇몇 자원이 있으나 당장 가시화된 성과는 딱히 없다. 그래서 아픔을 경험하고, 시련을 극복한 기존 선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모두를 동등한 잣대로 평가할 최 감독의 ‘원칙론’은 자존심 회복을 향한 서울의 또 다른 동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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