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을 치우자, ‘국가대표 스케이터’ 심석희의 꿈을 지켜주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9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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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쇼트트랙대표 심석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 쇼트트랙대표 심석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석희(22).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대관식을 치렀고, 2018평창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계주 우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평창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2018년 1월 조재범 전 코치의 폭행사건이 불거지면서 엄청난 압박이 그를 짓눌렀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 평창올림픽 직후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종합 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8~2019시즌 태극마크도 달았다. 4년 전 대관식을 치른 ‘쇼트트랙 여제’에게 찬사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본인도 당당했다. 어디서든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보는 가시밭길이다. 지난해 5월에는 폭행사건을 저지른 조 전 코치의 중국대표팀 지도자 부임설이 불거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같은 경기장에서 폭행 가해자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난 고통이었을 터다. 조 전 코치가 지난해 9월19일 폭행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사회와 격리됐지만, 이 사건이 언급될 때면 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12월17일 조 전 코치의 항소심 결심공판 때는 직접 출석해 입을 열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명백한 사실은 국가대표 선수의 행보가 아닌, 떠올리기 싫은 경험이 더 많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내성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공포성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조 전 코치의 폭행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심석희의 주장대로, 4년 전부터 조 전 코치가 상습적인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절대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심석희가 선수생활을 이어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사회와 철저히 격리시켜야 한다. 심석희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심석희 선수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막대하고, 앞으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이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어렵게 이 사건에 대해 밝히기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심석희는 국가대표 쇼트트랙선수라는 점이다. 최고의 스케이터가 되기 위해 온갖 고통을 참고 견뎠다. 법무법인 세종 측도 “국가대표 선수로서, 한 여성으로서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웠고,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모든 일을 혼자 감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제는 심석희가 빙판 위에서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힘을 쏟아야 할 때다. 폭행 피해자가 아닌, 국가대표 스케이터 심석희의 꿈을 지켜줘야 한다.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그 장애물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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