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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풀린 개’ 단속법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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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풀린 개’ 단속법 있으나 마나

김은지 기자 입력 2019-01-09 03:00수정 2019-01-0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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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 못지키는 개정 동물보호법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백모 씨(34)는 남자친구와 함께 2일 집 주변 공원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견 달마티안의 목줄을 붙잡지 않은 채 산책하던 50대 남성과 마주친 것. 주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반려견들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백 씨는 50대 남성에게 달마티안에게 채워진 목줄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대형견이 백 씨 주변을 맴돌아도 아랑곳하지 않던 50대 남성은 백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개를 끌고 사라졌다.

○ 구멍난 ‘펫티켓’에 위태로운 시민안전

2017년 10월 가수 최시원 씨의 애완견 프렌치불도그에게 5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개정 법안엔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개 주인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종전 최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린 내용 등이 담겼다. 동물 안전조치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강도를 높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목줄 갈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 태어난 지 4개월 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이모 씨(40)는 목줄을 놓은 채 치와와를 데리고 나온 20대 커플과 마주쳤다. 치와와는 이 씨의 반려견을 쫓아다니며 짖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했다. 당황한 이 씨는 커플에게 목줄을 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커플은 멀찍이서 애완견의 이름만 부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목줄이 놓인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은 기본적인 ‘콜 훈련’(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주인에게로 되돌아가는 훈련)도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목줄은 꼭 필요한 안전장치인데 왜 목줄을 붙잡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수는 2015년 1842명, 2016년 2111명, 2017년 2405명으로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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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태료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법안 개정으로 과태료 액수가 크게 올랐지만 과태료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 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목줄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서 단속 업무를 처리하는데 현장 단속을 한 번 나가면 다른 업무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를 적발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개 주인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라며 “경찰과 달리 지자체 공무원은 인적사항을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의 민원신고 또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시민들이 목줄 관련 신고를 하려면 신고하려는 개와 개 주인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해야 하고 또 주소를 포함한 개 주인의 인적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 박모 양(17)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대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놀란 박 양은 대형견을 발로 차 떨어뜨린 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났다. 지자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지만 박 양에게는 대형견의 사진도, 대형견 주인의 신상정보도 없었다. 박 양은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문 대형견 사진을 찍기는 힘들뿐더러 대형견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는커녕 대화를 나눌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의 단속 인력 부족”이라며 “지자체의 단속 인력을 확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동물보호법#‘목줄 풀린 개’#단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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