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간부 총출동…北中, ‘핵·경제’ 포괄 논의 전망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8일 14시 43분


코멘트

‘북핵 총괄’ 김영철, ‘외교 수장’ 리용호 등 대대적 행보
‘당 대 당’에서 ‘국가 대 국가’ 대화로의 전환 과시

북한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의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7일 北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9.1.8/뉴스1
북한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의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7일 北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노동신문) 2019.1.8/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네 번째 방중에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외교 행보를 총괄하는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며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수행원으로 호명했다.

당과 정, 군의 수장급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최전선에서 총괄하는 김정은 시대 핵심 중 핵심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북한의 핵협상을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 진행한 것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핵협상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을 겸하는 김 부위원장의 지휘 하에 진행되고 있다.

그는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부장도 겸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일련의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포함시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른바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부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교체’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녹록지 않은 협상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한 때 회담 수석대표의 교체설까지 나온 바 있으나 이번 방중단에서도 가장 먼저 호명되며 건재를 과시한 셈이 됐다.

김 부위원장에 이어 호명된 리수용 부위원장은 북한 외교라인의 최고참이자 김 위원장 체제 북한의 전체 외교의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인사다.

1940년 생으로 고령인 리 부위원장의 퇴진설이 돌기도 했으나 그는 아직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외에도 국무위원회 위원은 물론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사진에서도 리 부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과거부터 북핵 협상 국면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통이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는 한 발 뒤로 빠져 있는 모양새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협상 테이블의 전략 설정은 베테랑 북핵 실무자인 리 외무상이 이끄는 외무성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흐름에서 과거에 비해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군부의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방중단에 포함된 것도 인상적이다.

군부 수장인 인민무력상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의 중국 방문 중 앞선 두 번의 방문에는 포함되지 않은 수행원이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 이후 이뤄진 세 번째 방중 때부터 수행원에 포함됐다. 북미 비핵화 협상 개시 이후부터 군부 인사가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 부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나온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 중국 측에 설명을 하기 위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또 군사적 실무 못지않게 경제적 사안 논의를 위해 군부 인사가 포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접경지역에서의 경제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과 관련된 분석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에의 군의 지원 등 군의 경제 성과를 강조한 것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박태성 당 부위원장 겸 과학교육상의 방중도 북중의 주요 협력 사안 안건을 시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친선참관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북미 싱가포르 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이뤄진 북한 친선참관단의 방중 기간 동안 중국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의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중심, 농업과학원 문헌정보중심,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 등을 안내했다.

박 부위원장이 북중 교류에서 경제, 과학기술 등의 교류를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북중이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도 대북 제재 완화 이후에 진행될 경제 및 과학기술 교류를 심도 있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 총괄을 비롯한 당·정·군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은 북한이 지난해 비핵화 협상을 계기로 중국과 과거 ‘당 대 당’ 교류에서 ‘국가 대 국가’로 교류하는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각 노동당과 공산당이 사실상 체제를 지휘하는 북한과 중국은 과거부터 ‘당 대 당’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무 소통 채널도 외교 라인보다는 당 채널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 이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하는 북한이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인정을 받는 수준의 체제 보장을 원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교류에 당·정·군의 인사가 총출동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중국 방문 때는 외교, 안보, 경제 라인 인사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전통적 ‘당 대 당’ 차원의 북중 관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 우세한 편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외교부가 아닌 공산당 대외연락부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해 ‘당 대 당’ 차원의 교류 형식을 유지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