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진 세리머니…뜨거워지는 V리그 신경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8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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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요스바니. 사진제공|KOVO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사진제공|KOVO
세리머니엔 기본적으로 ‘기쁨’의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거나 팀 분위기를 띄우는 장치로도 적극 이용된다.

배구는 ‘신사의 스포츠’로 통한다. 몸싸움이 없는 종목 특성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기본으로 여긴다. 네트를 등지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 역시 일종의 매너다.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이뤄지는 만큼 선수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과격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는 상대 팀 팬들로부터 ‘밉상’이라는 꼬리표를 얻기도 하지만, 팀 자체적으로 보면 승리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는 다채로운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 중 하나다. 양 팔은 내리고 왼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미국프로농구 르브론 제임스의 세리머니를 따라하거나 팀 동료 송명근과 함께 맞춘 특유의 세리머리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우리카드 리버맨 아가메즈는 특유의 무표정 세리머니로 상대를 자극한다. ‘비 매너’라는 지적도 받지만, 분위기가 침체된 동료들에게 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에이스로 거듭난 정지석도 근래 득점 후 온 몸으로 큼직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접전의 상황에선 동료들의 기세를 올려주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7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둔 뒤 정지석은 “(강한 세리머니에는) 의도가 반반 섞인 것 같다. 상대 팀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카드는 아가메즈가 주도하는 팀이다. 자존심을 겨루는 과정에서 더 흥분해 나온 세리머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V리그엔 사실상 날선 경쟁의식이 많이 사그라졌다. 남자부에선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전통 라이벌로서 ‘V-클래식 매치’라는 이름으로 맞대결을 벌이지만, ‘이 팀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의 격한 분위기는 아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관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세리머니를 통한 팀 간의 신경전은 V리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새로운 재미요소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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