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 나서는 베트남, 박항서는 아직 배가 고프다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8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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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10시30분 이라크와 D조 조별리그 1차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이라크를 상대로 아시안컵 1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그들은 또 꿈을 이룰 수 있다. © News1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이라크를 상대로 아시안컵 1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그들은 또 꿈을 이룰 수 있다. © News1
“부담은 확실히 (스즈키컵에 비해) 덜하다. 아시안컵에는 워낙 강한 상대들이 많이 출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베트남 내에서도 기대가 크진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똑같다.”

환상적인 2018년을 보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2019년 신년벽두 또 다른 전진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아시아 대륙 최강 국가를 가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첫 경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8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AFC 아시안컵 UAE 2019’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갖는다.

국내 팬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베트남 축구는 2018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한국인 사령탑 박항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베트남은 1월 중국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그들이 가장 중요시했던 ‘동남아시아의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박항서 감독 스스로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와 행운을 가져다 준 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믿기 힘든 성과를 냈고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국민적 영웅 대우를 받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2019년 박항서 감독의 행보를 걱정하는 시선들도 있다. 정점을 찍었으니 내려오는 것만 남은 것 아니냐는 인간적인 우려다.

그러나 박 감독은 “가까운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하지 않느냐 조언 해주신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난 계약이 1년 넘게 남아 있다”면서 “계약 기간 중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나 더 큰 행운이 찾아 올 수도 있다. 피해갈 생각 없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전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점칠 수 있는 그 다음 단계가 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29위)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 예멘과 D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른다. 냉정하게 접근할 때 이란은 넘기 힘든 벽이다. 실제 전력도 강했다. 이란은 8일 오전 끝난 예멘과의 경기에서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5-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베트남의 목표가 조 1위는 아니다.

박항서 감독은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베트남 축구에는 크나큰 성공이라 생각한다”며 객관적인 지향점을 전한 바 있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이번 대회는 총 24개 팀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라운드를 치른다. 각조 2위까지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3위들 중에서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추가 배치된다. 관문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예멘(135위)은 이번 대회 참가국을 통틀어 FIFA 랭킹이 가장 낮다. 베트남은 100위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다. 분수령은 이라크. 과거의 이라크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위력적인 모래바람을 일으킨 팀이지만 시나브로 위세가 떨어졌다. 현재 랭킹은 88위. 베트남도 해볼 만하다.

베트남은 지난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4-2로 이겼다. 한국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으로 어렵사리 이긴 팀이다. 물론 본선과 연습경기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은 가질 수 있는 배경이다. 베트남은 지난달 25일 북한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괜찮은 흐름이다.

베트남 국민들은 어느 정도 배가 좀 부른 상태로 보이나 박항서 감독은 2002년 때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여전히 배가 고파 보인다. 승부사에게 져도 되는 경기나 대회는 없다. 만약 이라크전에서 승점을 따낼 수 있다면, 베트남의 꿈은 또 이루어질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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