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출판사 로비전 과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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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부터 검정교과서 준비… 교수급 집필자 모시기 경쟁도
3, 4배 큰 참고서 시장 잡기 영업戰
교과서값 올라 학부모 부담 늘수도… 사회교과서 이념편향 논란 이어져

교육부가 국정으로 발행해 온 초등 3∼6학년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를 민간 출판사들이 집필하는 검정 체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교과서 시장까지 출렁이고 있다. 교과서 가격 상승과 참고서 시장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출판사의 영업 경쟁에 학교와 교사들이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출판업계는 교육부의 초등 교과서 검정화 방침에 따라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 교육부가 이미 지난해 가을 출판업계에 검정화 계획을 시사했고, 이에 일부 출판사들은 대표 집필진 선점을 위해 교수급 저자와 가계약을 맺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새로 열린 초등 검정교과서 시장을 잡으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유명 집필진 섭외부터 삽화 강화, 컬러 지면 확대에 이르기까지 외형상 ‘눈에 띄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업체들의 비용 투자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정교과서에 비해 검정교과서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인천 A초교 교장은 “학부모가 돈을 내든, 교육청이 교과서 값 인상분을 보전하든 결국 국민 돈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초등 검정교과서 가격 및 공급 안정을 위한 정부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판업계에선 벌써부터 2014년 있었던 ‘교과서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교과서 품질 경쟁이 벌어지면서 출판사들은 투자 비용 증가를 이유로 1년 만에 중고교 검정교과서 값을 평균 74%나 올렸다. 그러자 정부가 강제로 ‘가격 인하’ 조치를 내렸고, 출판사들이 집단 반발해 교과서 공급이 끊기는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새로 열릴 초등 교과서 시장과 함께 참고서, 문제집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B고 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출판사들이 교사에게 대놓고 술을 사는 등 로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교사 입장에선 영업사원들을 일일이 응대하고 교과서를 비교해 선정하는 것 자체가 업무 부담”이라고 전했다.

고교 참고서 시장은 이미 EBS 위주로 짜여 출판사들이 사업을 할 여지가 적은 데 반해 초등 시장은 ‘블루오션’인 것도 경쟁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C초교 교장은 “만약 학교가 D사의 교과서를 쓰면 학생들은 참고서와 문제집도 D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출판사들도 교과서보다 3, 4배 큰 참고서 시장을 잡기 위해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 영업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검정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념 편향성을 두고 교육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국교총은 “역사 교과서 논쟁을 볼 때 사회 과목의 이념화 논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혼란은 학교와 학생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좋은교사운동 등 진보 교육단체들은 “검정교과서를 넘어 자유 발행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교육부#초등교과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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