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위협” 미래 시장 휘젓는 中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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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년된 中업체 CES 2019 참가… AI 기술 결합한 전기車 첫 공개
정부 지원-14억시장 업은 中벤처 스마트폰-드론 추격자서 선도자로

바이톤 전기차 M-바이트의 48인치 대형 스크린.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바이톤 전기차 M-바이트의 48인치 대형 스크린.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터치스크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쓱 넘기자 대형 스크린에 지도가 나온다. 요즘 자동차에 달려 있는 내비게이션과는 비교되지 않는 큰 지도다. 운전자가 말한다. “알렉사, 친구 생일 선물로 줄 만한 책을 찾아 줘.” 아마존 인공지능(AI) 스피커 알렉사를 통해 명령을 받자 지도 화면이 인터넷 쇼핑몰 화면으로 바뀌고 선물 후보 리스트가 뜬다. 집에 온 후 차를 충전하는 걸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알렉사에게 말한다. “차를 충전해 줘.” 주차장에 세워진 차가 충전 모드로 바뀐다.

이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바이톤이 ‘CES 2019’ 개막을 이틀 앞둔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사전 행사에서 공개한 미래 전기차 ‘M-바이트’의 모습이다. 이 전기차는 연말쯤 대량 생산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foldable·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실물을 공개하는 로욜, 이미 세계 무인기(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DJI도 중국의 스타트업이다. 이번 CES는 중국 스타트업들이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못하거나 상용화되지 못한 기술을 대거 공개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규모 14억 명의 대규모 시장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등에 업고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마음껏 연구개발에 나선 결과다. 화웨이 등 기존 중국 기업들의 정체성이 선두 기업을 쫓는 ‘추격자’였다면 스타트업들은 신기술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외신들도 바이톤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대해 “바이톤이 M-바이트를 앞세워 전기차의 선두 주자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2019년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中 놀이터 된 CES… “한국업체선 볼수 없는 기술 선보여”
미래시장 휘젓는 中스타트업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간 독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한국에도 뒤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중국의 자동차, 전자기술이 신생업체를 중심으로 무섭게 발전했다. 이제는 오히려 앞서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러움과 우려가 뒤섞인 것이었다.

이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M-바이트 실물을 공개한 바이톤은 2017년 설립된 퓨처모빌리티의 자회사로 순수 전기차 업체다. CES 2018에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인의 이목을 끌더니 불과 1년 만에 독자 개발한 ‘미래의 전기차’로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48인치(약 122cm)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 7개, 스마트폰 24개 크기와 비슷하다. 이 화면에는 지도뿐만 아니라 음악, 인터넷 검색, 쇼핑, 동영상 등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가 표시된다. 운전대와 변속기 자리에도 각각 7인치, 8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 AI 스피커 알렉사를 차량과 연동한 기술로 한국 자동차 브랜드에선 볼 수 없다. 바이톤은 “M-바이트의 양산형 모델을 올해 안에 공개하고 연말쯤 대량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스마트폰 제조사 로욜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의 실물을 7일(현지 시간) CES 현장에서 공개한다. 이 제품은 첫 발표 당시 디스플레이가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이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품질, 내구성도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이를 보완한 실물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창업한 뒤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DJI는 열화상 및 가시 영상을 제공하는 신제품 ‘매빅2 엔터프라이즈 듀얼’을 전시한다. 산업 전반에서 드론 활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간 거래(B2B)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CES에 참가하는 중국 업체는 스타트업을 포함해 총 1211개다.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지난해(1551개)보다는 22%가량 줄었지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술력은 오히려 월등히 신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총 참가 기업이 340개다. 스타트업으로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이번 CES의 메인 스폰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대형 8K(7680×4320) TV 공개가 유력하다. 동급의 제품을 공개하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의 샤프 파나소닉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황태호 taeho@donga.com·이은택 기자
#중국#스타트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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