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한중 나란히 승…그러나 C조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황의조 결승골’ 한국, 필리핀에 1-0 신승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 2-1 행운의 역전승

황의조를 비롯한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9.1.7/뉴스1 © News1

대회 초반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속한 C조의 1라운드는 예상대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하지만 경기 내용까지 평범하진 않았다. C조의 전체적인 판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약체’ 필리핀에 힘겹게 승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1분 터진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진땀승을 거뒀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은 1승(승점 3?골득실1?1득점)을 기록, 앞서 키르기스스탄에 2-1로 승리한 중국(1승?골득실1?2득점)에 다득점에서 뒤져 2위가 됐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4-2-3-1 전형을 들고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로 황의조가 나섰고 2선은 이재성, 구자철, 황희찬이 맡았다. 중원은 기성용, 정우영이 책임졌고 수비는 왼쪽부터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이용이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한국은 예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섞어가면서 공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주도했다. 필리핀은 뒤로 물러선 채 역습과 세트피스로 한 방을 노렸다. 필리핀의 밀집 수비와 함께 한국은 잦은 패스 미스로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답답하게 시간을 보냈다.

잠잠하던 경기는 전반 41분 황의조의 오른발 터닝 슈팅이 나오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서로 유효슈팅을 주고받으면서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양팀의 유효슈팅 모두 상대 골키퍼에게 막혀 누구도 앞서나가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에도 한국은 측면 공격을 통해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오히려 필리핀이 빠른 역습으로 유효슈팅을 연결하면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답답하게 시간을 보내던 한국은 후반 10분 기성용이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를 맞이했다. 기성용은 상대와 특별히 충돌하지 않았지만 혼자 경기장에 넘어진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벤투 감독은 후반 13분 황인범을 투입했다.

황인범이 들어간 뒤에도 경기 양상은 바뀌지 않았고 벤투 감독은 후반 19분 구자철을 빼고 이청용을 투입,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청용 투입은 성공적이었다. 한국은 후반 21분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황희찬에게 공을 보냈다. 황희찬을 전방에 황의조에게 패스했고 황의조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을 시도, 필리핀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9.1.7/뉴스1 © News1

기세를 높인 한국은 황의조, 황인범 등이 슈팅을 시도하면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은 후반 41분 이재성을 빼고 주세종을 투입, 중원에 힘을 더했다. 이후 한국은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을 이어갔지만 더 이상 골을 넣지 못하고 1점차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앞서 열린 중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는 중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역전승이었는데, 행운이 따랐다.

예상과 달리 정상적인 형태의 대결이 펼쳐졌다. 키르기스스탄이 굳이 라인을 내리면서 조심스러운 운영을 펼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점유율은 거의 비슷했다. 중국이 근소하게 앞섰다 하더라도 소위 ‘영양가’ 있는 전개는 키르기스스탄이 더 앞섰다.

꽤 좋은 찬스를 만들고도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키르기스스탄은 전반 42분 멋진 선제골을 뽑아냈다. 롱스로인이 중국 박스 근처까지 날아갔고 무르자에프의 머리를 거친 공을 이스라일로프가 과감한 왼발 발리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체적으로 워낙 분위기가 좋았기에 후반 초반에 나온 어이없는 자책골은 키르기스스탄 입장에서 허망한 장면이었다.

후반 5분,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동점골이 나왔다. 중국의 코너킥이 키르기스스탄 수비수 맞고 높게 솟구친 것을 골키퍼 마티아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자책골이 됐다. 크로스바 너머로 공을 넘겨 버리려는 의도였으나 잘못 맞아 동료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경기가 원점이 된 뒤에도 키르기스스탄의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다시 앞서 나갈 수 있는 흐름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다시 나온 골키퍼의 보이지 않는 실수로 인해 추가 실점까지 내줬다.

후반 32분 중국이 후방에서 길게 투입한 공을 위 다바오가 잡아내 골키퍼까지 제쳐낸 뒤 슈팅, 역전골로 연결시켰다. 위 다바오에게 연결되지 전에 끊어내지 못한 수비진도 지적을 피할 수 없으나 어설프게 전진했다가 처리도 못한 채 빈 골문을 만든 마티아시 골키퍼의 판단이 크게 아쉬웠다.

체력이 떨어진 키르기스스탄은 이전과 같은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고 중국은 수비에 보다 집중하면서 리드를 지키겠다는 심산을 드러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날 때까지 스코어의 변동은 없었고 중국의 2-1 승리로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C조에서 전력이 낫다고 평가받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나란히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가 요르단에게 0-1로 패한 B조나 개최국 UAE가 바레인과 1-1로 비긴 A조에 비하면 평범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경기 내용까지 살피면 다르다. 키르기스스탄과 필리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C조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두바이(UAE)·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