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수도 ‘몰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김선형-이정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7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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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김선형(왼쪽)-전주 KCC 이정현. 사진제공|KBL
서울 SK 김선형(왼쪽)-전주 KCC 이정현. 사진제공|KBL
“요즘에는 골밑에 볼을 제대로 넣어주는 선수가 없어.”

국내 농구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국내프로농구(KBL)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리그다. 10개 구단의 에이스는 단연 외국인선수다. 국내선수들은 주로 골밑에 자리 잡은 외국인 빅맨에게 볼을 넣어주는 역할이다. 감독들이 국내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주문은 ‘골밑에 패스를 넣어주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선수가 팀 공격을 주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외국인선수들의 실책에는 별말 안하지만, 볼을 잘 넣지 못하거나 수비에서 실수를 하는 국내선수들은 호되게 야단치는 지도자도 적지 않다. 국내선수의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에 최근 서울 SK의 김선형(31)과 전주 KCC 이정현(32)의 활약은 국내선수로도 ‘공격몰빵(공격몰아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선형은 지난 5일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홈경기에서 무려 49점을 기록하며 팀에 91-90의 승리를 안겼다. 김선형이 기록한 49점 중 43점은 후반과 연장에 나온 것이다. SK의 외인 센터 아이반 아스카(29)는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다. SK 문경은(48) 감독은 무리한 포스트 공격을 고집하지 않고 아스카를 김선형의 스크리너(상대수비를 막아주는 역할)로 활용했다. 이에 김선형은 더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를 돌파할 수 있었다.

KCC의 이정현도 스테이시 오그먼(50) 감독 체제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오그먼 감독은 센터 브랜든 브라운(34)을 스크리너로 활용해 이정현이 좀 더 공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1라운드 때 평균 11.7점에 그쳤던 이정현은 3라운드 이후 평균 17.3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14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생애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정현은 “오그먼 감독님은 내가 어느 위치에서 볼을 잡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늘 대화를 유도하신다. 그래서 자신감을 더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능력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메인 공격옵션으로 활용하는 것은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김선형과 이정현의 활약은 국내선수들도 활용에 따라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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