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은행 노조의 ‘배부른 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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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이 8일로 예정된 노조의 총파업을 막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며 일괄 사표를 냈다. 성과급 300% 지급과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 등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파업은 주택은행과 합병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노사 협상 결렬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은 절차상으로는 합법이다. 하지만 은행의 고객인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거북하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것은 소수의 시중은행이 내수시장을 과점하고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한 덕분이다. 은행권에서도 높은 편인 평균연봉 9100만 원을 받는 국민은행 노조가 실적이 잠깐 좋아졌다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겠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최근 높아진 금리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노조가 별도 휴게 시간을 주겠다는 사측 제안을 거절하고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고집하는 것도 점심시간을 쪼개 점포를 찾는 직장인 등 고객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태도다. 임금피크 진입 시기 연장 요구는 청년층의 신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역행한다. 유니폼 제도를 없앴으니 연간 피복비 100만 원을 내놓으라는 것도 과도하다. 시중은행의 기득권을 방치해온 정부도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등 경쟁자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지 않으면 은행 노조의 ‘배부른 파업’ 타령은 반복될 것이다.
#kb국민은행#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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