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은 아직도 24살 비정규직 노동자”…광화문광장서 새해 첫 추모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5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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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없애고, 진상 제대로 조사해 책임자 처벌해야”
오는 12일과 19일에도 추모제 개최 예정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어머니 김미숙(50) 씨가 아들의 사진을 부여잡은 채 눈물을 닦고 있다.  2019.1.5/뉴스1 © News1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어머니 김미숙(50) 씨가 아들의 사진을 부여잡은 채 눈물을 닦고 있다. 2019.1.5/뉴스1 © News1
“김용균씨가 숨진 후 속절 없는 26일이 흐르면서 우리 모두 한살 씩 더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25살 되지 못한 채 아직도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으로 불립니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새해 첫 고(故) 김용균씨 추모제가 열렸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연 제3차 범국민추모제였다.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지만 이 과정에 고인의 동료인 발전소 하청노동자들과 시민대책위의 참여는 계속 배제되고 있다”며 “유족이 아들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1~8호기 가동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부와 한국서부발전 원청은 도리어 9, 10호기 작업재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쪽짜리 산업안전법 개정으로는 반복되는 죽음을 멈출 수 없다”며 “고인의 동료들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발전소의 노동 환경이 전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용균이는 회사에서 인간 취급 못 받고 아무런 저항도 못하다가 나라에서 구조적으로 살인 당했다”며 “나라가 책임지지 않고는 다른 용균이가 무수히 반복적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원청인 서부발전에서는 용균이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다”며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책임자들이 최대한 강력하게 처벌받게 하고 싶다. 그래서 처참하게 죽은 내 아들의 억울한 원한을 갚아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2016년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모군의 동료 박창수 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은 “구의역 사고 이후 PSD 업무는 서울메트로 직영전환을 거쳐 현재 정규직 전환이 됐다”며 “인력충원으로 PSD 작업에서 적어도 2인 1조는 무조건 지켜지게 됐고 장애 접수 후 한 시간 내 나가야 한다는 패널티 조항은 삭제됐다”고 전했다.

박 조합원은 “노동자들에게는 작업 도중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고 이 덕에 ‘위험하면 하지마라’는 분위기가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만약 여전히 외주업체에서 PSD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면 이런 변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인임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뤄지는 대기업의 외주화는 그 자체로 위험을 만들어내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며 “원래 김용균님이 하던 일은 정규직 업무였고 (정규직이 해당 업무를 하는)그 동안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구의역 사건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외주화가 위험해지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산업자원부, 기획재정부, 한국전력공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미 현장이 훼손되고 있다. 지금 당장 진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유족, 김씨와 함께 발전소에서 일했던 동료, 민주노총 조합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를 핫팩과 마스크로 견딘 이들은 촛불을 들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비정규직 이제 그만”, “외주화를 철회하라”,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헀다.

시민대책위는 오는 12일과 19일에 각각 4차, 5차 범국민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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