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사회주의풍 개혁 아젠다…태풍될까 미풍에 그칠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4일 23시 50분


코멘트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이 3일(현지시간) 새 회기 시작과 함께 연방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면서 공화당에 맞서 싸워나갈 몇 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펠로시 의장은 의료보장 문제, 소득불균형, 이민정책, 기후변화 등을 민주당의 주요 아젠다로 언급했다.

새 회기 초반 특별히 주목할 이슈는 의료혜택과 기후변화이다. 이 아젠다는 중산층의 경우 초고액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개선하고, 친환경 정책 추진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꾀하려는 녹색성장에 관한 것이다.

민주당은 의료 부문에선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Medicare-for-all)’, 기후변화 부문에선 공격적인 ‘친환경 뉴딜(Green New Deal)’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미 의회에서 사회주의가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며 달라진 의회 분위기와 향후 전망을 상세히 다뤘다.

달라진 분위기의 중심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워싱턴에 입성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29·뉴욕)과 라시다 틀레입 의원(43·미시간)이 있다.

두 의원 모두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를 자처하는 인물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능가하는 급진적 성향이다.

최연소 의원인 라틴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소말리아계 첫 여성 무슬림 의원인 틀레입은 모두 초선의 ‘워싱턴 새내기’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앞으로 민주당 내에서 급진적 정책을 제시하는 등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폭스뉴스가 전망했다.

두 의원은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과 ‘친환경 뉴딜’, ‘보장된 일자리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정책 추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예상이다.

이들 정책을 놓고 미 언론이 사회주의를 언급한 것은 정책 추진과정이 기존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사회주의적 방법론으로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 정책은 미국의 현재 시스템에 안주하며 돈을 벌고 있는 보험·금융업계와 제약업계, 대형병원 등 거대한 이익집단의 수익모델에 메스를 대야 한다. 가만히 앉아 당할 집단이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력도 대단하다.

민주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의료보장제도 개혁 방향은 의료에 관한 한 사회주의 시스템에 가까운 영국의 전국민 보건서비스(NHS)이다. NHS는 조세와 보건부담금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보장방식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료진료와 무료처방이 된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영국과 유사한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으로 뜯어고치려면 향후 10년에 걸쳐 수십조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계획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미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내고 있는 의료비를 감안하면 헛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마치 자동차보험처럼 선택사항이 많아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월납입금이 비싼 보장성 높은 건강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의료비가 보험으로 커버되는 비율은 60%~70%에 불과하다. 나머지 30~40%는 개인 부담이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보다 더 야심찬 것은 친환경 뉴딜이다. 전체 산업구조 개편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고 소득불평등도 바로잡겠다는 게 급진적 성향 의원들의 목표이다.

펠로시 의장이 하원에서 기후변화를 조사하고 감독할 특별위원회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원장에는 플로리다 탬파 출신으로 7선을 기록한 캐시 캐스터 의원이 내정돼 있다.

기후변화특위는 제조업과 농업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재생 에너지로 전력 수요의 100%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다.

이 아젠다의 의도는 더할 수 없이 좋지만 산업구조를 뒤흔들어야 하고,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는 게 문제이다.

더욱이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과 관련 산업은 아직도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공룡 같은 이익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력은 보험업계나 제약업계보다 훨씬 더 막강하다. 현실적으로 산업구조를 짧은 기간 안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로 바꿀 수도 없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 대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지만 몇가지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러한 프로젝트 시행과 투자 유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안,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새로운 공공은행을 설립하는 방안 등이다. 또한 탄소화합물과 그밖의 다른 가스 배출 등에 대한 세금, 부유세 등 다양한 세원 확보도 구상하고 있다. 세금 부과는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취지가 좋아도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이처럼 사회주의적 방법론을 동원해야 하는 민주당의 급진적 계획들은 다음세대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조달러에 이르는 부의 가치가 사라지고, 수조달러의 국가채무를 떠안게 되며, 미국을 사회주의에 더 가깝게 만들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민주당의 아젠다에는 실제 성사 여부를 떠나 다른 목적도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 이어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색채’를 드러내며 표를 모으기 위해 유효적절하게 활용될 도구이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