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에 참패한 韓 영화…경쟁 탓인가, 만듦새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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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3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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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더 벙커’ ‘아쿠아맨’ ‘범블비’ ‘보헤미안 랩소디’ ‘마약왕’ 포스터 © News1
‘PMC:더 벙커’ ‘아쿠아맨’ ‘범블비’ ‘보헤미안 랩소디’ ‘마약왕’ 포스터 © News1
외화의 기세가 대단하다. 무려 지난해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두달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달 19일 개봉한 ‘아쿠아맨’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가장 늦게 개봉한 ‘범블비’도 4위로 순항 중이다. 한국 영화로는 하정우가 주연한 영화 ‘PMC: 더 벙커’만이 유일하게 박스오피스 2위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결과에 따르면 2018년 12월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46.1%다.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지난 2012년 53.7%를 찍은 후 6년 동안 50%대 이상을 유지했다. 2017년 12월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78.2%였다. 하지만 2018년, 2011년 37.4%를 찍은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50% 이하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겨울 성수기 한국 영화 ‘빅3’로 불렸던 세 편의 영화는 개봉 이래 지난 2일까지 각각 183만 9651명(‘마약왕’) 134만 8307명(‘스윙키즈’) 142만 4217명(‘PMC: 더 벙커’)을 동원했다. 총 461만 2175명을 동원한 셈이다. 아직까지 시간이 조금 더 있긴 하지만 지난해 비슷한 기간 개봉했던 ‘1987’와 ‘신과함께-죄와벌’ ‘강철비’ 등이 각각 약 723만명, 1441만명, 445만명을 동원하며 2000만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국 영화가 부진한 만큼 외화는 훨훨 날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나라에서 30년만에 퀸 열풍을 재현하며 흥행 중이다. 벌써 누적관객수는 940만 1365명을 찍었고, 천만 관객 동원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박스오피스 1위인 ‘아쿠아맨’은 현재 398만 1119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범블비’도 8일 만에 133만 5597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처럼 한국 영화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데는 과도한 ‘날짜 경쟁’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1~2주 간격으로 4편의 영화가 나오면 서로 그 시장을 나눠 먹어야 한다. 제살 깎아먹기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닌가”라면서 “성수기 시장만을 노리는 과도한 경쟁이 흥행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배급사들도 들어가고 싶은 날짜가 있겠지만 그 날짜만을 고집해 무리한 경쟁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쟁도 문제지만 한국 영화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높아진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한국 영화는 내적 성장을 멈춘 채 성수기에 흥행 공식에 어울리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만 내놓는다는 것.

다른 관계자는 “관객들의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기획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은 장점도 없지 않았지만 흥행 코드를 답습하는 동시에 재미나 만듦새의 면에서 약점을 갖고 있었다. 개봉 날짜나 경쟁도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만듦새가 아니겠나”라고 생각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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