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 핵폭탄급인데 규제 완화는 수류탄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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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규제혁신 강조 환영했지만… “신속히 실천해야 숨통 트여” 호소

재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완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하면서도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간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경제’ 추진의 효과는 거의 못 느낀 반면 정부의 ‘공정경제’ 압박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2일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지금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보건법 등 새로 생기는 부담은 핵폭탄급인데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는 수류탄 제거 수준”이라며 “정부가 실제 기업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경제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 정책이 서둘 러 시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존 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기업이 숨쉴 수 있도록 다른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규제혁신 등 신년사에서 한 약속이 신속히 이행되는 게 중요하다”며 “사정이 다급한 기업들로서는 마냥 기다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나왔지만 곧바로 주휴수당 시행령이 재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강행됐다. 실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기업에 책임과 의무만 주는 측면이 컸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줬으면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신년인사회 장소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반응이 엇갈렸다. 중소기업계는 일제히 반겼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통령이 참석한 신년회를 중기중앙회에서 열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관심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이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중소기업을 위하는 자리에 주요 그룹 총수를 부르면 동반성장에 대한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며 “기업 기 살리기 해준다더니 기업인은 ‘병풍 신세’라는 자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법무담당 고위 임원은 “기업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반기업 정서’”라며 “긍정적 내용이 담긴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압수수색과 검찰 외에도 국세청 등 다양한 국가기관의 강제 조치가 일상화된 현실이 완화될 기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재희 기자
#신년회#문재인 정부#대통령#재계#기업#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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