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설명회 나선 삼바, 미래 먹거리 확보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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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건전성 적극 홍보… 前現고위직이 전하는 출범 뒷얘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인천 송도의 제1공장에 설치된 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인천 송도의 제1공장에 설치된 배양기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7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설명회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글로벌 투자자 및 바이오 업계를 상대로 회사 홍보에 나선다. 국내의 분식회계 논란이 자칫 위탁생산(CMO) 수주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중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중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사 측도 사업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콘퍼런스에서 설명될 주요 이슈를 이해하려면 삼성바이오의 출범 과정부터 알아야 한다. 삼성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삼성의 바이오사업 진출은 2006년 이건희 회장의 불호령으로 시작됐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는 질책이었다.

그룹 내에선 “이미 삼성전자가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는데 왜 신산업을 찾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당시 구조조정본부는 김태한 사장(당시 삼성토탈 상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당시 삼성종합기술원 랩장) 등 12명으로 비공식 TF팀을 꾸렸다. 이듬해 상설팀으로 승격한 신사업팀은 예산과 출장을 무제한으로 보장받는 파격적인 조건 아래 에너지부터 태양전지까지 다양한 분야를 검토했다.

당시 신사업팀 관계자는 “만약 1년 안에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했으면 익숙한 분야에서 찾았겠지만 2∼3년간 충분히 검토한 결과 바이오가 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당시 바이오제약 시장은 연간 성장률이 9%에 이를 정도로 가팔랐지만 대규모로 의약품 위탁생산을 하는 기업이 적어 삼성이 진출과 동시에 세계 5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신사업팀장이었던 김태한 사장은 바이오사업의 가능성과 전망을 경영진에 보고했고 그룹 의사결정자들로부터 “한번 해보라”는 승인을 2010년 12월 31일 받아냈다.

문제는 부정적인 그룹 내부 여론을 이겨내고 1조2000억 원의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오너가 허락한다고 무조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신사업팀이 계열사를 찾아다니며 투자해 달라고 설득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신사업팀이 소속돼 있던 삼성전자조차 바이오 사업에 보수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결국 삼성전자는 40%만 투자하기로 했고, 테마파크 외에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던 에버랜드가 40%, 삼성물산과 미국 제약회사인 퀸타일스가 각각 10%씩 출자했다.

삼성바이오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우선 CMO로 사업을 시작하고, 2단계로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고, 2020년경 신약 개발을 하겠다는 단계적 목표를 내세웠다.

삼성바이오가 이듬해인 2012년 2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것도 이 로드맵에 따른 계획이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삼성 관계자는 “사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려고 이미 글로벌 시장에 인지도가 있는 외국 기업과 합작한 것”이라며 “삼성이 분식회계를 염두에 두고 모든 걸 계획했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10개 이상 기업을 접촉했지만 바이오업계 신생업체인 삼성바이오의 제안에 관심을 보인 업체는 바이오젠뿐이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도 당시 신경계 질환 신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자금이 부족해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라며 “그나마도 50 대 50은 재무적 리스크가 큰 만큼 최대 15%만 들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논란의 핵심인 콜옵션도 삼성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했던 바이오젠의 요구로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은 2012년까지만 해도 콜옵션을 행사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이미 수주를 확정한 27곳의 글로벌 제약업체 외에도 총 10여 곳과 신규 수주를 협상 중인데 국내에서의 논란이 계약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기관투자가들 및 클라이언트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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