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임세원 교수 환자들 “우리 은인…소식 듣고 밤새 울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일 2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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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가슴이 아픕니다.”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차려진 임세원(47)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지 불과 30분 정도가 흐른 오후 2시30분께 한 중년의 여성이 침통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A씨(55·여)는 자신이 임 교수에게 무려 12년 간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고소공포증 때문이었다.

A씨에게 임 교수는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는”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공황장애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아프거나 위 등이 아파 외래진료를 오면 다른 좋은 선생님에게 꼭 연결해 주면서 건강관리를 해줬어요.”

임 교수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편안한 의사이기도 했다.

“다른 대학병원은 선생님이 차갑고 할 말만 하는데 제가 올 때마다 임 선생님은 하나하나 자세하게 답변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뵌 게 10일 정도 전인데 그때도 선생님은 꼬박꼬박 일어서서 공손히 인사해주시고 그러셨습니다.”

임 교수의 진료 덕에 A씨 증상은 호전됐다. 그는 “3층만 올라가도 손이 떨렸는데 선생님 덕분에 정말 많이 나아졌다”며 “덕분에 지금껏 내가 삶을 잘 지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앞으로 저는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데 어떤 선생님께 의지해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들고 가슴이 아프다”며 “너무 안타깝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임 교수 빈소에는 외부 방문이 허용된 오후 2시부터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A씨와 같이 임 교수가 돌봤던 환자들, 그 환자들의 가족, 함께 근무했던 병원 동료들 등 모두 임 교수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임 교수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B씨(55·여)는 비보를 전해듣고 천안에서 올라왔다.

B씨는 “아들이 심한 우울증 때문에 10여년 동안 약을 먹었다. 대학을 다닐 때 안 좋은 일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임 선생님을 만나고 현재는 잘 살고 있다”며 “임 선생님은 우리 은인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B씨는 “임 선생님 덕분에 아들은 새 삶을 얻었다”며 “아들이 소식을 듣고 밤새도록 울었다. 아들도 빈소에 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빈소에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국, 동문회’와 ‘성균관대학교 총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등의 근조화환들이 들어섰다.
퇴근시간 대인 오후 5시30분 이후부터는 더 많은 조문객들이 임 교수의 빈소를 찾았다.

임 교수의 고등학교 동창, 몸 담았던 학회 관계자, 동료 교수 등 무거운 표정으로 “여기(빈소)까지 오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았다”, “마음이 이상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탄식했다.

오후 6시5분께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오후 6시29분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각 조문을 와 유족을 만났다. 박 장관은 이후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재발방지대책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분야 전문가인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 중이던 환자 박모(30)씨로부터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려 오후 7시30분께 결국 숨졌다.

임 교수는 박씨가 위협을 가해 대피하는 도중에도 간호사들에게 대피하라고 한 뒤 제대로 대피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피의자 박씨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박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입감돼 있던 서울 종로경찰서에 나오면서 만난 취재진이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 ‘원한이 있었냐’,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냐’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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