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들과 아프리카 봉사활동 간 이유진 시인 “왜 해외로 갔느냐 묻는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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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법대를 갔다는 이유진 시인은 “법 문구를 해석하는 것보다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에 흥미를 느꼈고 특히 ‘소년법’에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이유진 시인 제공
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법대를 갔다는 이유진 시인은 “법 문구를 해석하는 것보다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에 흥미를 느꼈고 특히 ‘소년법’에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이유진 시인 제공
“사랑하려고 내밀었던 저의 손에 아이들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담아줬어요. 사랑을 주기 위해서 떠난 것이었는데, 돌아올 땐 제가 충만해져서 왔습니다.”

최근 시집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매직하우스·1만1200원)를 출간한 이유진 시인(52)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 책에 2015년 7월 소년원을 출원한 청소년 10명과 함께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에이즈어린이센터로 봉사활동을 갔던 경험을 시로 적었다. 2016년 등단한 그는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으며 현재 세종국책연구단지 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소년법 전문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시인의 시 ‘나는 왜 아프리카에 갔는가’를 보면, 연구자로서 느끼는 고뇌, 그리고 아쉬운 마음이 드러나 있다. ‘해마다 쏟아낸 연구보고서엔/ 좋은 글들이 가득하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까닥…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 싶다.’ 오랫동안 국내 관련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청소년을 연구하는 직업인으로 살며 청소년에게 빚진 마음이 있었다. 아프리카에 간다는 게 나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덕분에 빚진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비행 청소년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예상외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착한 아이들이에요. 다만, 부모와의 애착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경제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요. 화를 참을 수 있는 능력, 즉 자기 통제력이 떨어졌던 겁니다.”

과거 폭력, 절도 등을 저질렀던 청소년들은 아프리카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들을 위해 밥을 지었으며, 우물을 파고 학교의 담을 쌓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란 자신감을 키웠다. 이 시인은 “청소년들이 소년원에서 나온 뒤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직업 교육만큼이나 ‘소셜 스킬’, 즉 사회성과 대인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봉사 활동과 같은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이번 시집의 인세를 한국소년보호협회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봉사활동을 떠났던 청소년 1명은 돌아오는 길에 이 시인에게 ‘엄마가 돼 달라’고 말했다고. 이 시인은 “그 아이의 수양엄마가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기뻐했다.

“누군가는 왜 큰 돈 들여서 해외로까지 보내느냐 말할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남은 인생을 불안정하게 살 수 있었던 청년을 건전한 시민으로 바꾸어 놓는, 말하자면 한 명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투자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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