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오승환과의 ‘물밑’ 협상을 숨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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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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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스포츠동아DB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오승환의 복귀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10월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이 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내 복귀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내놓자 위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임의탈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승환은 KBO리그 복귀 시 반드시 원 소속팀인 삼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KBO리그 72경기 출장 정지를 포함한 각종 세부적인 국내 계약을 삼성과 협의해야 하는 입장이다. 당시 삼성이 오승환과의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하자 ‘돌부처’의 국내 복귀는 현실화가 어려운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런데 실상은 조금 달랐다. 오승환은 국내 복귀를 놓고 이미 한 차례 삼성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상태였다. 스포츠동아가 2일자로 보도한 ‘오승환 “작년 국내 복귀 원했지만 삼성이 거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승환은 “에이전트가 2018년 2월에 삼성 측과 접촉했으나 삼성이 제안을 고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측의 이야기가 엇갈린 상황. 오승환의 국내 복귀에 있어 삼성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쳤던 것일까. 스포츠동아는 2일 삼성 고위 관계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일련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 “2018년 2월, 오승환 측과 만난 것은 사실이다”

오승환이 언급한 ‘2018년 2월 만남’은 최종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측 관계자는 “오승환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하기 전인 2월에 소속 에이전트를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오승환 측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복귀 시점, 금액 등과 같은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지난해 10월 오승환의 국내 복귀 의사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던 것일까. 이 관계자는 “2월과 10월은 야구시즌 자체가 시작되기 전과 후인 시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승환 측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토론토와의 계약이 성사되기 전(2018년 2월)이었다.트레이드 후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시즌을 마치고 난 이후(2018년 10월)에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오승환. 스포츠동아DB

● 제안 고사한 이유, “2018년 팀 전력, 이미 구축 완료한 시점”

오승환은 2018시즌 토론토와 콜로라도 두 팀에서 73경기에 출장해 68.1이닝을 소화했다. 6승3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삼성에 복귀만 했다면 팀 전력에 당연히 크게 도움이 됐을 자원이다.

그러나 선수 본인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삼성은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삼성 관계자는 “2018년 1월31일에 팀이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외국인투수 한 명을 제외하고는 팀 전력과 구단 계획이 모두 완료된 시점이었다. 오승환 측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 이후인 2월이었다”고 했다. 이어 “오승환 정도의 선수는 구단에서도 복귀에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그런데 당시는 팀의 2018년 계획이 모두 짜여진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오승환을 데려오기는 어려웠다. 우리로서는 리빌딩을 통해 저마다의 동기부여를 갖고 다시 시작하는 현재의 ‘팀’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전했다.

● 오승환의 여전한 의지, 다시 삼성 유니폼 입을 수 있나

오승환은 인터뷰에서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마냥 떼를 쓰고 싶지 않다. 삼성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의 왕조 재건이라는 대업의 뒷문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푸른 피를 향한 그의 마음은 여전히 강해 보인다.

구단의 입장은 어떨까. 삼성 관계자는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온다면 당연히 준비를 해야 맞는 것 아닌가. 다만 지금 오승환의 1년 뒤 거취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제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올해도 그 무대에서 뛸 선수에 대해 ‘1년 뒤에는 국내로 돌아올 선수이니 무조건 잡겠다’고 섣불리 말하는 게 과연 맞는가 싶다”고 얘기했다. 이어 “오승환과 삼성이 이번 일에 대해 서로 오해를 안 했으면 한다. 진심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지고, 좋은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삼성 관게자는 “이후 일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때 가서 다시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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