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굴욕?…‘사우디 왕세자 비난’ 코미디 영상 삭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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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를 비판한 코미디쇼의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현지시간) 사우디 정부의 항의로 넷플릭스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비난한 코미디쇼 ‘하산 미나지와 함께하는 애국자법(Patriot Act With Hasan Minhaj, 이하 애국자법)’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지난 주에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28일 첫 방영된 에피소드에서 프로그램 진행자 코미디언 미나지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미국 정부와 사우디 왕실의 오랜 관계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애국자법’의 첫 방송에서 미나지는 “이슬람을 믿는 미국인으로써, 이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 살만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그가 일으킨 예멘 내전이라며 사우디 왕세자를 비난했다.

사우디 정보기술통신위원회의는 해당 발언이 반사이버 범죄법 위반이라며 항의했고, 넷플릭스는 이를 받아 들였다. 넷플릭스는 “우리는 전 세계 예술가들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법률적으로 공식적인 요청을 해온 사우디 정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사우디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문제가 된 에피소드는 사우디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여전히 시청이 가능하며, 사우디 내에서도 ‘애국자법’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유튜브 측은 사우디 정부의 항의 여부를 묻는 언론사의 질문에 대해 아직 답하지 않은 상태다.

사우디 정보기술통신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한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애국자법’은 사우디 정부가 넷플릭스에 시청 차단을 요청한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진행자 미나지는 해당 에피소드 삭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지난 달 미국 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발언이 방송된 후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가족들 사이에서 프로그램을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문제가 된 발언의) 영향으로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보기술통신위원회가 근거로 제시한 반사이버 범죄법은 인터넷 상에 “공공질서 및 이슬람교의 종교적 가치, 공중도덕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준비, 전송과 저장”을 금지하고 있다.

언론 관련 국제 단체는 사우디 정부가 반사이버 범죄법을 근거로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 10월 사우디 정부의 언론 자유 지수를 180국 중 169번째라고 평가하며,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탄압과 폭력행위를 감안하면, 2019년 사우디의 언론 자유 지수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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