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불꾸불 도톨도톨 괴물체 외계생명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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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미술관 ‘여성의 일’전… 여성이 겪는 문제와 상황 오롯이

장파의 ‘Drawing for Brutal Skins’(2018년). 서울대미술관 제공
장파의 ‘Drawing for Brutal Skins’(2018년). 서울대미술관 제공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물일까, 외계에서 떨어진 괴물일까.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여성의 일: Matters of Women’에서 공개된 장파 작가의 드로잉 연작 ‘Brutal Skins’. ‘뭘 봐’ 하는 눈초리로 노려보는 것 같은 그림 속 물체들은 도톨도톨한 돌기가 솟아 세포나 신체 기관을 생각나게 하고, 알록달록한 색채는 어린아이 장난감도 같다. 그림 앞에 선 작가에게 “도대체 뭘 그린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난감한 듯 웃던 장 작가는 답했다. “여자로서 겪는 신체적 감정, 구체적으로는 생리할 때의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이 전시는 여성 작가 11명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여성주의 운동이 격렬해진 가운데, 전시는 한 발짝 물러나 여성이 겪는 문제와 상황을 예술로 조망한다. 전시 제목의 ‘일’은 ‘work’가 아닌 전반적인 문제, ‘matter’를 일컫는다.

낯설고 기괴하지만, 찬찬히 보면 귀여운 정 작가의 작품은 사회가 얘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발랄하게 나타낸다. 여성의 몸이 겪는 감각은 종종 은유적 단어 뒤로 숨겨지곤 한다. TV속 생리용품 광고에서 ‘그날’이나 ‘마법’ 등의 단어를 사용하듯 금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감각을 낱낱이 기록한 작품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늘 겪고 있던 감정을 돌아보게 한다.

고등어의 ‘엷은 밤’(2018년). 서울대미술관 제공
고등어의 ‘엷은 밤’(2018년). 서울대미술관 제공
상징적이고 시적인 드로잉으로 주목받는 작가 ‘고등어’의 ‘엷은 밤’ 시리즈는 남성의 욕망을 관찰한 일기다. 연작 속 남자는 자신과 닮은 석상을 메고 다니다 환상을 마주하며 점점 소멸된다. 자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헛된 욕망을 좇는 남성을 향한 냉소적인 시각이 흥미롭다.

2000년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퍼포먼스의 흔적과 기록도 만날 수 있다. 여성 예술가 8인이 결성한 그룹 ‘입김’은 종묘를 ‘유교적 가부장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여성미술축제를 열지만 전주 이씨 종가의 반발로 행사 당일 출품작이 파손되고 철거됐다. 이후 3년간 이어졌던 법정 공방의 기록도 함께 전시된다.

윤동천 서울대미술관장은 “다양한 체감을 빚어낸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을 고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달 24일까지. 2000∼3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성의 일#장파 작가#고등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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