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선균 “1인칭 캠 차고 촬영하랴, 장난하랴…장난 아니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일 06시 57분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실시간 전투액션 영화 ‘PMC: 더 벙커’ 북한 엘리트 의사 역할 이선균

내 분량 절반은 내가 촬영한 영상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자신감 충만
아내 전혜진과 작품 모니터링요?
두 아들 돌보느라 정신없어요 하하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2019년 1월2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배우만큼이나 세상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극받으면서 살아가는 직업은 드물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평가받아야 하고, 세상과 발맞춰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몸소 그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 이선균(44)이 사는 세상도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이 ‘시대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책무가 있다”고 운을 뗀 그는 “보이는 직업이고 평가받는 직업이어서 고맙고 좋으면서도 행동하기 힘들 때가 있고, 때론 자책도 한다”고 털어놨다.

새해를 앞두고 만나서인지 이선균은 2018년 한 해를 차근차근 돌아봤다. 어느 해보다 분주한 활동을 벌이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훗날 떠올릴 때 가슴 따뜻해질 작품도 만났다고 했다.

“15년간 연기를 해온 것 자체가 감사하다. 배우로 좋은 달력을 만들어가고 싶다. 특히 2018년에 참여한 ‘나의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배우라고 해도 모든 작품에 100% 만족할 순 없지 않나. 2018년 달력에는 ‘나의 아저씨’가 남을 것 같다. 2007년 달력에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남은 것처럼 말이다.”

2019년 1월, 이선균의 달력에는 새로운 작품이 기록되고 있다.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제작 퍼펙트스톰필름)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납치를 둘러싸고 DMZ 지하벙커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무국적 용병들이 벌이는 실시간 전투 액션을 그린 영화는 지난해 말 개봉해 순항하고 있다.

신념을 굽히지 않는 북한 의사 역의 이선균은 CIA 의뢰로 작전에 나선 글로벌 군사기업 캡틴 역의 하정우와 호흡을 맞춰 영화의 양쪽 날개를 이룬다. 미국과 중국의 맹공이 벌어지는 DMZ 벙커에 갇힌 두 인물은 실제 남한과 북한의 현재 혹은 곧 닥칠지 모를 미래를 상징하는 듯하다.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이 대입되는 영화다.

실시간 전투를 영화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선균과 하정우는 ‘전우애’ 비슷한 신뢰를 나눴다.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믿음은 여전하다. 둘은 지난해 12월 하와이에서 열린 호놀룰루마라톤대회에서 42.195km를 함께 완주해 화제를 뿌렸다.

“쉼 없이 일하다 보니 3년 정도 외국 여행 한 번 못 했다”는 이선균은 마침 하정우가 같이 걷는 친구들과 마라톤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내 허락부터 구했다. 승낙이 떨어지자 곧장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걷기’ 하면 자동반사적으로 하정우가 떠오르지만 이선균 역시 10년 전부터 걷기운동을 습관으로 해온 배우. 서울 평창동에 사는 그는 틈나는 대로 주변을 걸으면서 ‘나만의 둘레길’도 개척했다. 심지어 이번 크리스마스날도 집에서 광화문까지 홀로 걸었다.

영화 ‘PMC: 더 벙커’에서의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PMC: 더 벙커’에서의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 나를 자극한다”

이선균은 영화 ‘악질경찰’ 촬영이 한창일 때 ‘PMC: 더 벙커’ 시나리오를 받았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좀 쉬고 싶었지만” 거절하지 않고 승낙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우는 물론이고 촬영을 맡은 김병서 촬영감독(영화 ‘감시자들’ 연출·‘신과함께’ 촬영)은 대학 다닐 때부터 친한 동생이다. 정작 졸업하고 같이 작품을 못했다. 꼭 같이하려고 벼러왔다.”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에서 다른 조건은 문제될 게 없었던 이선균은 기술적 도전도 마다지 않았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장면을 구성, 관객이 전투에 직접 뛰어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이선균도 머리에 POV 카메라(1인칭 캠)를 장착, 연기와 촬영을 동시에 진행했다.

“출연 분량 가운데 절반 정도는 내가 촬영했다.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하하! ‘어느 위치의 누가 나오게 찍어라’ ‘뛸 때 누가 걸리게 찍어라’ 등등 주문이 엄청 많았다.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대면 얼굴이 왜곡돼 보이고, 거리를 두면 잘 보이지 않고. 정말이지 집중하기도 애매한데, 연기할 때마다 감정의 결도 매 순간 달랐다. 그런 걸 전부 계산해야 했다.”

한편으로 그런 촬영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추락 장면은 해내고도 스스로 놀랄 정도다. 연결되는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무려 8대의 카메라가 분할해 촬영한 내용을 붙여 긴박하게 연출했다. 이를 두고 이선균은 “자신감이 크다”고 했다.

이선균은 배우인 아내 전혜진과 초등학교 3학년생과 2학년생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하지만 정작 부부의 대화 소재는 대부분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다.

“시나리오 상의? 그런 걸 할 틈이 없다. 하하! 결정하고 나면 작품을 읽어봐 주는 정도지. 집에선 아이들과 지내느라 정신없다.”

이선균은 2019년 누구보다 분주한 활동을 이어간다. 3월 ‘악질경찰’을 내놓는 데 이어 5월 봉준호 감독과 작업한 ‘기생충’으로 관객을 찾는다. 올해 초 설경구와 영화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촬영도 시작한다. 일련의 활동을 두고 그는 여유 있게 웃으면서 “계 탈 일만 남았다”고 했다.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이선균

▲ 1975년 3월2일생
▲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입학
▲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 데뷔
▲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 2009년 영화 ‘파주’ 스페인 라스팔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 2012년 영화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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