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의 몰락’…그 많던 더페이스샵·미샤는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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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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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불과 1~2년 전까지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전국 번화가에서 가장 임대료가 높은 점포를 차지했던 이름들이다. 한때 번화가는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원브랜드숍)을 찾기 쉽지 않다. 그 빈자리를 올리브영이나 롭스 같은 편집숍(H&B스토어)이 채우고 있다.

특히 ‘1세대 로드숍’의 대표주자였던 스킨푸드가 기업회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견업체인 토니모리, 잇츠스킨도 위기감이 돌고 업계 1, 2위인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등 로드숍 몰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 올 들어 하루 3개꼴 폐점

화장품 로드숍의 현주소는 숫자를 통해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과 각 사에 따르면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 네이처 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장 수는 2015년말 4868개에서 2016년말 4934개로 1.4% 증가했지만 2017년엔 4775개로 3.2% 감소했다.

올 들어서는 로드숍 감소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지난 3분기말 이들 브랜드의 매장 수는 4000~4100개로 추정된다. 9개월 만에 800~900개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14~16% 줄어든 것으로 2016년말과 비교하면 17~19%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들의 위기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들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로드숍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서는 로드숍 감소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지난 3분기말 이들 브랜드의 매장 수는 4000~4100개로 추정된다. 9개월 만에 800~900개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약 14~16% 줄어든 것으로 2016년말과 비교하면 17~19%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들의 위기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들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로드숍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몰에서 화장품 구매는 전년대비 20% 정도 늘어 몰락하는 로드숍 업계와 대비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화장품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8302억원으로 전년동월(6940억원) 대비 19.6% 늘었다. 5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선 화장품 거래액이 전년동월 대비 32%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온라인몰에서 사들인 K-뷰티 규모는 2014년 2035억원에서 지난해 1조9897억원으로 3년 만에 9.8배 폭증했다. 2015~2016년 각각 3배, 2.4배씩 성장해 증가폭이 컸다. ‘사드 후폭풍’이 컸던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36.2% 증가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 전체 해외직접판매액 경우 67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증가했다. 온라인몰 활성화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명동 거리를 방문하는 대신 안방에서 ‘클릭구매’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을 비롯한 뷰티편집숍의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헬스앤뷰티스토어는 접근성을 바탕으로 젊은 여성들이 약속장소로 삼을 만큼 자주 찾는 채널로 자리매김 했다. 현재 CJ올리브영이 약 1100여개 매장을 보유해 전체 시장의 약 과반을 차지해 1위다.

2010년 H&B 시장은 2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7000억원으로 7년새 8.5배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헬스&뷰티숍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리에서 자취 감춘 ‘패션 브랜드’ 간판들

주로 대리점 방식으로 운영하는 패션 가두점의 경우엔 화장품 로드숍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 역시 온라인·모바일로 소비 채널의 전환, 홈쇼핑, 복합쇼핑몰 등 신(新)유통 채널의 발달, 복합유니클로·자라 등 글로벌 SPA브랜드의 외형 확장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비양극화의 고착화로 패션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최고가 브랜드와 온라인몰에서 팔리는 저가 브랜드로 양분되면서 가두점이 주를 이룬 중저가 브랜드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요 상권의 건물주도 1층 자리에 패션 가두점을 들이기보단 식·음료 프랜차이즈로 관심을 돌리는 양상이다.

중견패션 업체들도 하나 둘 아웃도어·패션 브랜드를 철수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년 전인 2016년 21년 차 남성복 브랜드인 ‘엠비오’를 접었고 ‘로가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도 ‘갤럭시’ 브랜드로 통합했다. 또 중저가 라인인 ‘로가디스 그린’은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재편했다.

비슷한 시기 LF도 ‘일꼬르소’와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 스튜어트’의 가두점 사업을 중단하고 LF몰에서만 유통하기 시작했다. 또 가두점 브랜드인 타우젠트를 홈쇼핑 브랜드로 전환했다. 형지와 세정도 각각 가두점 위주로 운영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케이프’와 ‘센터폴’을 철수하고 타 브랜드에 통합시켰다. 그 결과 서울의 핵심 상권에서는 패션 가두점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다만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 힘든 지방 상권에서는 패션 가두점이 건재하다. 생소한 브랜드 간판이 생겨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등 트렌드 변화가 빠른 서울 핵심 상권과 가두점이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는 지방 상권 간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 포함)의 시장점유율에서 지난해 가두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로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서는 4.9%p(포인트) 감소했다. 대략적인 매출액으로 4500억원이 줄었다.

가두점이 사라진 자리는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 비점포 채널이 대체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채널의 점유율은 지난해 17.9%로 5년 전에 비해 11.1%p 늘었다. 대형마트 점유율도 7.1%로 같은 기간 0.2%p 늘어났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합산한 점유율은 32.3%로 3.8%p 떨어졌다. 국내 의류 시장 규모는 33조678억원으로 5년 사이에 11% 성장했다.

거리의 브랜드 간판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사이 무신사 등 새로운 온라인 패션업체가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표방하는 무신사는 2013년에는 거래액은 1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3000억원(매출 600억~750억원으로 추정)을 기록하며 30배 성장했다. 통계청의 올해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서도 패션 상품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9861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10.8% 늘었다. 올해 3분기 패션상품의 해외직접판매(역직구) 판매액도 212억원으로 전년대비 20.5% 증가했다. 화장품 역직구보다 액수는 적지만 증가율은 가팔랐다.

미셸 에반스 유로모니터 디지털 컨슈머 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디지털 커머스로 전환되는 유통 시장 변화에 오프라인 매장들에는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나고 있다”며 “점차 매장에선 재고량을 줄이면서 재고 적재 공간은 체험 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제품을 테스트한 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맞춤 제작 및 자동 계산 과정 전반에 개인 맞춤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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