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남측에 숙제 …경협 앞세워 남북관계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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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일 1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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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국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열자 제안…공은 南에 넘어와
‘중재자’ 넘어 ‘대북 제재 해결사’ 숙제 안은 南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에게 ‘큰 숙제’를 줬다.”

한 정부 당국자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직후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긴 이면적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는 주문과 함께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지난해 이룩한 ‘성과’들을 평가하며 올해도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전반적으로는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대화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긍정적 메시지로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은 표면적으로는 제안의 형식에 가깝지만 사실상 ‘숙제’를 남측에 제시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한 부분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의 최대 산물과도 같았던 두 사업의 재개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육성으로 공표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간 북한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다소 수사적으로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는 달리 ‘실제 추진될 사업’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의는 대북 제재와 관련한 전반적 국면 전환 없이는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내용들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정부가 먼저 ‘사업 자금의 핵개발 전용’ 등을 언급하며 폐쇄한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 역시 대규모 돈 유입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는 사업이 된 상태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 역시 남북관계 전반에 있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내세운 경제 협력 사업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부분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과 금강산이 모두 북측 지역인 만큼 ‘우리는 받아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히며 ‘재개를 위한 조치(대북 제재 완화 혹은 면제)’는 우리 측에 공을 넘긴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가 이면적 메시지를 언급하며 “숙제를 받은 셈이 됐다”라고 발언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다.

김 위원장의 의도는 이어진 발언에서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북남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이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문제를 미국과 상의해 유엔을 통해 ‘승인’을 받는 현재의 구도와 이 구도를 벗어나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진전을 원한다면 대북 제재를 ‘신경 쓰지 말고’ 경협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메시지를 미국에게도 보냈다.

그는 신년사의 북미관계 관련 언급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며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비핵화 협상 진전의 핵심 요인이 대북 제재 완화에 있음을 강조함과 동시에 경제 건설과 관련된 자신들의 행보에 ‘딴지’를 걸지 말라는 메시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막판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관련 경제 협력 현안이 일부 해결된 것을 의식해 신년사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당초 북한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한미 워킹그룹의 출범을 비난했으나 실제 워킹그룹의 출범 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착공식의 대북 제재 면제 등 ‘성과’가 나오자 관련 비난을 일체 중지한 상태다.

지난해 새로 설정된 국가 전략인 ‘경제 건설’에 이날 신년사의 반을 할애한 김 위원장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문제의 새 돌파구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부분은 우리 정부에게는 큰 숙제일 수밖에 없다. 이날 김 위원장의 제안을 실제 추진할 경우 정부의 역할은 남·북·미 간 중재자를 넘어 ‘해결사’ 수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될 수도 있다.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험난한’ 마찰 끝에 결국 워킹그룹을 출범까지 수락해야 했던 정부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라는 덩치가 큰 경협 사업의 재개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 문제 진전 이전에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동시에 불과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친서까지 보내며 남북관계 진전 의사를 밝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육성으로 언급한 문제를 ‘비핵화 진전이 전제 조건’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대로만 설득해 나가기도 난처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일단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직후 관련한 공식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중으로 간략한 정부의 입장을 낼 예정”이라면서 신년사에 언급된 구체적 사안과 관련한 언급은 피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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