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양복입고 소파에 앉은채 신년사 ‘심야 녹화’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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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방송’ 콘셉트로 자연스러움과 자신감 강조
김여정·조용원·김창선 수행…핵심 측근 확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2019.01.01. 뉴스1© News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는 이날 오전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의 육성으로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7년째 매년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오전 8시 45분께 신년사 예고 방송을 한 데 이어 오전 9시 노동당 중앙청사의 야경과 함께 1월 1일 0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종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손에 A4 용지에 출력된 신년사 원고를 들고 당 청사로 들어서는 장면이 나타났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연설이 새해 첫날 0시께 녹화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청사 안에서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수행을 받으며 입장하는 김 위원장을 맞았다.

조선중앙TV가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간부들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권위와 자신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김여정·조용원의 최측근 인사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들은 긴장감 없이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화면은 김 위원장이 당 청사 집무실로 추정되는 곳에 앉아 신년사를 읽는 장면으로 전환됐다. 김 위원장은 예년과 달리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읽지 않고 작은 탁상 옆 소파에 앉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신년사를 시작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연설을 했다.

특히 수십 장으로 보이는 연설문을 손에 들고 있었으나 연설 전문을 거의 외운 듯 중간중간 잠깐 연설문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집권 초기 연단에 서서 긴장한 모습으로 연단에 코를 박듯 연설하는 모습과는 달랐다. 특유의 빠른 어투와 부자연스러운 호흡도 상당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조선중앙TV의 편집 구성도 눈에 띄었다. 과거 당 중앙청사의 모습을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 내보내며 다소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화면 구성을 선보인 것에 비해 올해는 각종 조명으로 꾸민 당 청사의 야경을 고화질 영상으로 내보내며 ‘세련미’를 더했다.

또 신년사 사이에 경제 건설 현장 사진, 남북 정상회담 관련 사진을 배치하며 30여분 간 이어진 긴 신년사의 지루함을 덜기 위한 구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의 구성을 ‘경제 건설’ 강화로 시작해 남북관계, 북미관계 관련 메시지를 내는 순서로 구성했다.

30여 분간 이어진 신년사의 절반 가까이를 전력 생산 증대, 석탄 공업, 농업 발전, 자립 경제,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 등의 언급으로 채웠다.

이 같은 배치는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경제 건설 전략 노선의 무게감을 강조하며 남북, 북미 관계 추진 과정에서의 ‘대전제’가 경제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새해 남북관계의 새 돌파구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제시했다. 모두 남북관계의 대표적 경제 협력 결과물이다. 올해 남북관계 개선에서의 핵심 실마리를 경제 협력에서 찾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북미관계 관련 언급에서도 대북 제재 문제 등 경제와 관련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이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이어간다면 어쩔 수 없이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약 조절’ 톤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 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거나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라고 말해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또 남북 및 북미관계 관련 발언 도중 표정과 어투에서 특별한 톤의 변화도 없었다.

다만 비핵화의 추가적인 구체적 조치, 서울 답방 및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 등 관심을 모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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