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416일·광장 12년…외로운 생존외침 새해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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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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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낭 속 패딩 겹쳐입고 영하 10도 아래 한파와 사투
자다 깨다 잠 못이루는 나날…핫팩 3~4개로 밤 버텨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시작된 파인텍 노동자 2명의 고공농성이 크리스마스인 25일로 409일째를 맞았다. 2018.12.25/뉴스1 © News1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시작된 파인텍 노동자 2명의 고공농성이 크리스마스인 25일로 409일째를 맞았다. 2018.12.25/뉴스1 © News1
지난해 12월27일 찾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콜트콜텍 집회 천막에는 노조원 3명이 지키고 있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한 추위였지만 천막에 비닐을 덧 씌워놓은 수준으로 농성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농성은 햇수로만 약 12년째다.

콜트콜텍 정리해고 사태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기 기타를 주로 생산하던 콜트악기가 갑작스럽게 100여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때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갔던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한 것이 해결되지 못하고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발전기 돌려 전기장판 사용…넥워머로 얼굴 덮고 취침”

문제는 겨울이다. 전기장판과 침낭 등은 이들에게는 필수품이다. 밤에는 발전기를 틀어서 전기장판을 사용하고, 목을 따듯하게 덮는 넥워머는 목 대신 얼굴을 가리는 덮개가 된다. 이인근 콜트콜텍 지회장은 “추운 겨울 밤에는 얼굴이 시려워서 눈이 따가울 정도”라며 “천막도 방수 천막이 아니라 비가 오면 물이 새기도 하는데, 이제 천막생활이 이골이 나서 익숙하다”고 했다.

이들은 1인시위도 병행하고 있다. 김경봉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은 매일 아침 8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청와대 1인 시위, 점심 무렵 콜텍 본사 선전전은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인원이 적다보니 회사가 압박을 느낄 정도의 시위는 힘들지만 “1인 시위 방식은 바꾸지 않겠다”며 “소소한 피켓팅 정도하면서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사측에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75 m 굴뚝 농성…“영하 20도 밑돌면 핫팩 4개로 버텨요”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에는 416일째 75m 굴뚝 꼭대기에 올라 농성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 2명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2017년 11월12일부터 굴뚝 꼭대기를 지키고 있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도 힘들었지만, 지상보다 찬 공기를 바로 맞닥들이는 고공 농성장에서는 강력한 한파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햇수로 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 농성이지만 추위를 이기는 방법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다.

이들이 맞이한 2017년 첫 겨울 영하 15도 내려갈 때는 침낭에 핫팩을 2~3개 넣고 영하 20도를 밑돌면 3~4개를 넣어야 버틸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강추위가 아닐 때는 대부분 핫팩 1~2개로 추위를 견딘다고 했다.

이들에게 숙면도 아주 먼 얘기다. 수면도 4~5시간 정도 취할 수 있다. 다만 한번에 자는 게 아니라 중간에 잠을 깨 보온을 한 다음 다시 잠에 든다. 홍 전 지회장은 “굴뚝 꼭대기는 기온이 내려갈 때 되면 바람이 상당히 많이 불어서 핫팩의 온기도 오래가지 않아 시간을 정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김소연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굴뚝 꼭대기에는) 온기가 하나도 없어서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건 핫팩과 침낭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지난해 27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굴뚝 농성이 시작된 지 411일 만에 처음으로 노사가 얼굴을 처음 맞댔다. 하지만 3시간 동안의 대화 끝에 양측의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29일에도 2차 교섭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을 확인하고 다시 해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끄러운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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