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위선적 양두구육 정권” 조국 “이 사건은 한마디로 삼인성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靑특감반 사찰 논란]조국 민정수석 국회 운영위 출석

임종석-조국, 의혹 전면 부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앞줄 왼쪽부터)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민간인 사찰과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시스
임종석-조국, 의혹 전면 부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앞줄 왼쪽부터)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민간인 사찰과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시스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개인 비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문재인 정부는 무차별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도 작성했는데 ‘나 몰라라’ 하고 ‘개인의 일탈’이라고만 한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김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의혹을 두고 여야 간에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졌다. 현직 민정수석으로는 12년 만에 조 수석이 국회에 전격 출석했지만 ‘김태우 리스트’에 대한 실체적 규명이 이뤄지기보다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이 이어지면서 무술년(戊戌年) 마지막 날 국회가 또다시 볼썽사나운 민낯을 드러냈다.


○ 野 “양두구육” vs 조국 “어불성설”


한국당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까 두려운 것 아닌가”라며 “정권 초기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웠는데, 위선과 일탈에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정권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라며 그동안 김 수사관에 의해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의 수백, 수천 명의 요원을 철수시켰는데, 열몇 명의 행정요원으로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충돌했다. 조 수석은 “환경부 문건을 지시한 바 없으며 (논란이 일어난) 사후에 봤다”며 “리스트에 등장한 분 중 임기 전 퇴직 인사는 4명에 불과하고 2명은 임기 만료, 7명은 임기를 초과해 근무했다. 이게 어떻게 블랙리스트인가”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의 블랙리스트 유죄 판례를 거론하면서 “우병우의 블랙리스트에는 개인의 취약점과 정치적 성향이 적혀 있는데 환경부 문건은 이와 다르다”며 “우병우도 민정수석실의 일반적인 세평 수집 관련 내용은 무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블랙리스트에 적힌 20명 중 4명밖에 퇴직을 안 했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나머지 10여 명은 미수에 그친 것이고, 그중 4명만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스스로의 무능함을 고백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김정주 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녹취를 틀며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이었다”며 폭로 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김태우는 공익제보자” vs “한국당이 사화(士禍)정치 하고 있어”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김 수사관에 대한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김 수사관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이는데 김 수사관은 엄연한 공익제보자”라며 “이제 신재민 전 사무관이라는 또 하나의 제보자가 나타났고 제2, 제3의 제보자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고 있다’는 청와대 해명을 거론하면서 “김 수사관이 미꾸라지면 청와대는 연못이고, 조 수석은 미꾸라지 장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김 수사관과 유착 의혹이 있는 건설업자 최모 씨가 경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이런 사람이 의인이 되고, 저런 사람 때문에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해야 한다는 게 기가 찬다”며 “이상한 사람이 상소하고, 반대세력이 문제 삼고 정치적으로 숙청하려 하는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운영위는 수시로 고성이 오갔지만 정작 새로운 논점 제기나 증거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야당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여당도 기존 해명을 반복했다”며 “결국 검찰 조사에서 김 수사관 의혹이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특감반 사찰 논란#나경원#문재인 정부#블랙리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