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5000득점 앞둔 삼성화재 박철우 “감독님, 세터들, 내 몸에게 고마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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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박철우
삼성화재 박철우
“제게 배구는 즐거움이 아니에요. 그보단 궁극적인 가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코트를 떠나겠지만 최대한 이 길을 걷고 싶은 마음뿐이죠.”

서른 중반이 된 그에게서 구도자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주장 박철우(33)가 곧 V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다. 남자부 최초 5000득점 고지에 단 7점만을 남겨놓고 있다. 남·여부 통틀어서도 현대건설 황연주(32)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31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무난하게 대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3-1 승리) 뒤 만난 박철우는 5000득점의 의미보다 그 후를 이야기했다. “막상 5000득점을 하면 ‘5000득점 했네’ 정도지 큰 의미를 두진 않을 것 같다. 내겐 5000득점이 끝이 아니니까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기록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V리그 출범 전인 2004년 고교 졸업 뒤 바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던 박철우는 “어린 나이에도 출전 기회를 줬던 감독님들, 나를 믿고 볼을 올려준 세터들 그리고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통째로 시즌을 쉬어본 적 없는 내 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철우는 2017~2018시즌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득점(586점)과 높은 공격성공률(55.1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시즌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생긴 책임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두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프로농구선수 출신 아내 신혜인 씨(33)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뒤 팀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아내로서 (남편이) 경기가 끝난 뒤엔 좀 편안해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여전히 경기에서 지면 잠도 못자고 생각도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철우도 “결국 팀이 지면 주장으로서 내가 하는 말이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엔 내가 잘하려 했다면 지금은 팀이 이기도록 더 닦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새로 주전이 된 2년차 세터 김형진(23)을 코트 위에서 이끌어주는 것도 박철우의 몫이다.

두 딸 소율(5), 시하 양(2)에 대한 사랑도 박철우의 원동력이다. 인터뷰 때마다 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딸 바보’ 박철우는 “아이들이 ‘우리 아빠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오래 좋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최대한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 하는데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다시 또 새해를 앞둔 박철우의 꿈은 우승 트로피다. 왕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삼성화재는 최근 4시즌 동안 챔피언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직 전체 7팀 중 4위에 머문 삼성화재는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순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 중심인 박철우에게 은퇴 역시 아직은 먼 이야기다. “팀이 나를 원하는 이상 내 입으로 먼저 그만둔다는 말은 절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열정이 타들어 사라지지 않는 한 끝까지 코트 위에 있을 것”이라는 말이 앞으로의 박철우를 더 기대하게했다.

대전=강홍구 기자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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